퇴사 후 어쩌면,
우리도 자영업자

text. 이인애(작가) illust. 오하이오

‘올해 안에 진짜 때려치우고 만다.’ ‘희망퇴직 하면 얼마나 나오지?’

초등학생 때였을까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 한 장쯤은 품고 다닌다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온라인 결재가 일반화된 요즘 세상에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힘에 부치고 짜증이 나 모든 걸 내팽개치고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하지만 못 버티겠다고 회사를 떠나자니 다음 달 생활비가 발목을 붙잡습니다. 주택대출도 갚아야 하고, 자동차 할부금도 눈에 밟혀요. 식비는 물론이고 보험료, 통신비, 그 외 각종 세금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온몸을 휘감습니다. 아, 줄일 수 없는 항목엔 지인과 친척들의 경조사비도 있네요. 도대체가 매달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아도 매번 월급의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요. 세상엔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사용자이면서 노동자가 된, 바로 ‘자영업자’들입니다.

자영업자가 되면 직접 챙겨야 할 자잘한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부동산 계약과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직원을 고용하고, 매출과 순수익을 관리하고, 법에 관련된 규제 체크와 세금을 납부하는 일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만 해요. 사람이나 업체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다 돈이기 때문에 웬만한 일들은 사장님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을 합니다.

꼭 그렇게까지 돈, 돈 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범한 자영업자들에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대출이 잘 나오지 않아 항상 여유 자금을 준비해놓아야 하거든요.

직장을 다닐 땐 직장의 신용으로 가능했던 대출들이 자영업자들에겐 내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되기 일쑤입니다. 천만 원, 이천만 원이 없어서 2금융권, 3금융권을 찾는 분들도 수두룩 빽빽해요. 요즘 세상에, 2022년에 아직도 총액 200만 원짜리 일수를 찍는 분들이 계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렇게 돈, 돈 거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 같은 세계가 바로 자영업의 세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쟁터에서 이웃, 사회, 지구까지 생각하며 사업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내 밥그릇에 있는 밥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여러 밥그릇에 있는 밥을 한데 모아 나누어 먹어보자고 제안하는 사장님들이요. 물가가 오르거나 소득이 줄어들면 삼만 원, 오만 원 하는 소액 기부금까지 줄일 생각을 하는 게 사람이잖아요. 가끔은 가족에게 주는 용돈조차 버거운 날이 있기 마련이고요.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가게와 사장님이라니.

유니콘도 아니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사장님들에게는 모름지기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그 지원군은 규제 완화라는 선물을 내미는 정부일 수도 이따금씩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주거래은행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선한 가게들을 응원하는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는 경기인 걸 알아도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있다면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선한 가게엔 잦은 방문으로 돈쭐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이겠지만, 가끔은 사장님께 응원의 멘트를 직접 날려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리뷰도 좋고, DM도 좋아요. 오늘도 말살당할 뻔한 우리의 인류애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려보려 노력하시는 분들이시잖아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미래의 자영업자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선한 가게의 사장님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며, 멀지 않은 훗날 우리가 뛰어들지도 모를 정글이 지금보다는 더 상식적이고 따뜻한 장소이기를 바라봅니다.

이인애 작가

소설을 쓴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문학동네 대상을 받고 2022년 여름, 장편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를 출간했다. 그 외 출판한 단행본으로는 장편소설 <백(百)>과 <닥터 브라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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