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VOL.309
text. 우리은행 신탁부 신관식 세무사
며칠 전 시골에서 대규모 축산업을 하시는 고모부님(74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통화의 요지는 장롱 속에 보관해 놓은 유언서(유언공정증서 정본)를 잃어버렸다는 전화였습니다.
우선 저는 혹시나 고모부님이 다치신 곳은 없는지, 다른 귀중품이 도난당한 것은 없는지 여쭤봤고, 유언서 이외에 순금 10돈 정도 없어진 게 전부라고 하시면서 경찰에 신고하였고 조사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유언서와 관련해서는 경찰에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고모부님께 이렇게 상담 드렸습니다. 고모부님이 가지고 있던 유언서는 ‘유언공정증서 정본’이고, 유언공증을 진행한 공증사무소에는 ‘유언공정증서 원본’이 보관되어 있으니 찾아가 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유언공증을 해주신 변호사님이 작년에 노환으로 돌아가셔서 공증사무소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대한공증인협회 또는 법무부 법무과주1)에 문의하시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혹시 고모부님의 가족들 가운데 유언서를 절도, 훼손, 파기하였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 제1004조에 따라 피상속인(고모부님)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는 피상속인의 상속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주2). 이를 상속결격 또는 상속결격자라고 하며, 상속결격자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어떠한 유산(상속재산)도 받지 못합니다.
일본은 2021년 말 기준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8.8%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이면서, 동시에 태평양전쟁 전후 베이비붐 세대(단카이세대)의 사망 인구가 연간 140만 명에 이르는 다사(多死)의 사회이기도 합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본의 고령자들은 죽음을 남의 일이 아닌 본인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유언서 작성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법무국은 2020년 7월 10일부터 국민들의 자필유언서를 보관해주는 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유언서 1통당 보관료 3,900엔(2022년 9월 20일 기준 원화 약 38,000원)을 내면 자필유언서를 법무국에서 지정한 보관소에 맡아주는 제도로써 전국에 312개 보관소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상당수 국민들은 유언서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고, 조작이나 훼손 가능성이 적은 이 제도를 매우 반기고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 후 2021년 6월까지 1년간 2만 849건의 유언서가 보관되었고,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만 5,039건의 보관 신청이 있었다고 일본 법무성이 전했습니다.
[CASE 1]과 [CASE 2]를 토대로 볼 때 우리나라도 고령사회, 초고령사회가 될수록 유언서 작성을 통해 본인 사후 남겨진 유산을 누구에게 얼만큼 줄 것인지 정리하고 싶은 분들이 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시에 일본과 같이 작성된 유언서를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제도나 서비스도 확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유언서를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CASE 1], [CASE 2]‘신관식, 「내 재산을 물려줄 때 자산승계신탁·서비스」, 삼일인포마인(2022)’에서 일부 발췌
주1) 공증인법 제75조 및 공증인서류보존규칙 제7조, 대한공증인협회 공증서류 인수인계 안내자료 기준
주2)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중략)
5.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
글쓴이우리은행 신탁부 신관식 세무사
(저서 : <사례와 함께하는 자산승계신탁·서비스 (삼일인포마인, 2022년)>, <내 재산을 물려줄 때 자산승계신탁·서비스(삼일인포마인,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