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배려, 안부와 감사의 언어를
주고 받는다는 것

위드 코로나 시대,
함께 나아가는 길

text. 정여울 작가 illust. 오하이오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핑계로 인연을 끊을 수 있다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지속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변화로 ‘언택트 시대’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오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사람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돌봄은 온라인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타인 없이 우리는 하루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택배와 배달 노동자들의 노고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되었으며, 많이 아플 때는 여전히 병원에 내 몸을 직접 보여주어야 하며, ‘원격’으로만은 해결될 수 없는 수많은 돌발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우리는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도 ‘따순 밥’을 먹어야 힘을 낼 수가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얼마 전 문득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후배 H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H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가족과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가족과 연락이 안 되니, H는 아프고 힘들 때 누구에게 전화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H에게 건강은 어떤지, 힘든 마음은 조금이라도 괜찮아졌는지,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일일이 물어보았습니다. H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다행히도 이제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누가 너 괴롭히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나에게 말해. 내가 그 사람 가만히 안 둘 거야.” H는 이런 언니가 있어 너무 든든하다며, 자신의 안부를 물어봐 주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나도 네 언니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없을 때, 언제나 나에게 연락해. 너에겐 이렇게 걱정 많고 오지랖 넓은 언니가 있잖아.”

가족에게 상처받은 과거 때문에 우울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을 참아가며 사람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H의 모습이 문득 눈물겨웠습니다. 우리는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얽혀 있지 않지만 서로를 끝없이 염려하고, 보살피고 토닥여주며 살아갑니다. H는 나에게 항상 응원과 칭찬, 격려와 열광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며,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는 생각에 자주 빠지는 저를 위로해줍니다. 멀리서 보면 전형적인 모범생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뜻밖에도 자존감이 약하고 극도로 내성적인 저의 성격을 H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줍니다. 우리는 ‘책을 사랑한다’는 것밖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우리의 서로를 향한 돌봄에서는 오직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렇듯 뜻밖의 타인을 향한 무한한 걱정과 돌봄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버텨온 일상의 힘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이제 거리두기는 해제되고 일상으로의 복귀도 점점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언제 또다시 확진자가 폭증할지 모르고,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인해 불편과 고통을 겪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돌봄은 단지 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식’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의료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매일 이 세상 곳곳을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청소 노동자분들에게, 택배로 모든 상품들을 실어 나르고 배달로 모든 음식을 실어 나르는 노동자분들에게, 더 깊은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 화려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상을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의 빛에 가려, 이 세상을 매일매일 묵묵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돌봄과 보살핌이 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애틋한 보살핌과 배려와 돌봄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회복합니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서로를 향해 부디 따스한 우정과 연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여울 작가

<나의 어린 왕자>,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KBS1 라디오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가장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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