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완성

포스트 코로나, 100%
디지털 세상이 열린다

text. 정철진(경제칼럼니스트, 진 투자컨설팅 대표)

코로나19 그다음 시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로 불리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시대가 왔다. 코로나19는 지난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처럼 그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만날 새로운 세상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물론, 코로나19가 없을 때에도 이미 4차 산업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낭떠러지에 누군가를 떨어뜨리듯 세상을 엄청난 속도로 밀어 넣어버렸다. 이제 다시는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세상이 바뀐다면 우리의 삶도, 비즈니스도, 투자도 따라가야만 한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은 부(富)를 재편할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몇 차례의 산업혁명처럼 말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100%의 세상

4차 산업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들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만드는 차세대 산업구조’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알쏭달쏭하다. 개념 정리를 위해 먼저 과거 ‘산업혁명’이라 불렸던 경제적 모멘텀들을 봐야 할 것 같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을 가리킨다. 18세기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방적 산업에서 시작된 생산방식의 변화 시기이다.

2차 산업혁명은 1900년대 초, 미국 전역에 전력이 보급된 후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기를 말한다. 일명 ‘전기혁명’이라고도 하는데, 포드자동차 공장을 생각하면 되겠다. 3차 산업혁명은 매우 친숙한데, 컴퓨터와 인터넷 발명을 통한 정보화 혁명을 의미한다. 즉, 우린 아직 몇몇 분야에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며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그럼 다시 4차 산업혁명의 개념 정리를 해보자. 필자는 ‘3차 산업혁명의 주체인 컴퓨터·인터넷이 인간(일상)과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세상이 디지털문법으로 움직이는 ‘100% 디지털 세상의 완성’이다. 3차 혁명이 디지털의 시작이었다면, 4차 혁명은 디지털의 완성이다.

고용의 종말과 최대로 벌어지는 양극화

예를 들어보자. 비행기에 컴퓨터 자동항법장치를 달아 운행하는 게 3차 혁명이라면 4차 혁명은 ‘드론’이 생활에 들어와 택배도 운반하고, 인명구조까지 하는 모습을 말한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가 3차 혁명이라면, 구글맵과 결합해 혼자 달리고 멈추는 전기 자율주행차는 4차 혁명이다. 로봇이 무릎 수술하는 게 3차 혁명이라면 4차 혁명에선 AI의사인 ‘왓슨’이 직접 환자를 치료한다. 디지털화폐, VR(가상현실)의 메타버스 등이 모두 4차 산업혁명 분야다. 그래서 4차 혁명은 필연적으로 사물인터넷(IoT)과 공존하고, 당연히 AI(인공지능) 시대와 만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4차 혁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차 산업혁명을 보자. ‘증기기관’은 인간을 혹독한 맨몸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2차 산업혁명에선 ‘고용’이란 효용을 통해 중산층이란 계층을 만들어냈다. 3차 산업혁명도 비슷하다. 정보화 혁명을 만들어냈고, 금수저가 아니라도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 ‘노동 소외’ 때문이다. 기존 1~3차 산업혁명까지만 해도 혁명의 주체는 인간(노동)이었다. 하지만 4차 혁명에서 인간은 완전히 배제돼 고용은 말살되고 시스템(플랫폼)의 종속체가 돼 버린다. 부의 축적도 어렵다. 인간 역할이 디지털로 대체됐으니 자본축적 기회가 급감한다.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사실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편리한 세상, 인간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직물기계로, 컨베이어벨트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그리고 이제 ‘디지털’이 치고 들어온 건데 이 마지막 ‘디지털’이란 녀석은 만만치가 않다. AI(인공지능)만 봐도 능력적 측면에선 이미 우리를 압도한다. 펀드매니저의 자리는 AI 알고리즘 매매로 대체되고 있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선망 받던 직업군에서도 디지털 AI의 파괴적인 공격이 이어질 것이다.

1차 산업혁명 시절, 증기기관에 일자리를 빼앗겨 굶어 죽던 영국 중북부 직물 공업지대 수공업자들이 한 밤에 공장기계를 부숴버린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있었다. 2차 산업 컨베이어벨트 시대에도 임계점을 벗어날 땐 인간은 존엄성을 외쳤다. 자동차가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건 좋지만 비인간적인 노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주인정신’ 이었다. 우리도 이제 새로운 러다이트를 고민해야 한다. AI와 로봇, 디지털의 한계치를 설정해야 하고 개인 정보 유출·악용에 대한 강력한 법률도 필요하고, ‘교육’도 바꿔야만 한다. 더 이상 하루 4시간만 자고 공부해도 AI보다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없다. 디지털의 괴물적인 학습능력과 냉정한 빅데이터 분석에 맞서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고민하고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이런 능력을 갖출 때 디지털도 우릴 두려워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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