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괜찮은 신탁

❶ 장애인신탁

text. 우리은행 신탁부 신관식 세무사

에피소드

제조업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시고 퇴직하신 엄마와 이런저런 일로 통화를 하다가 엄마가 계속 ‘잘 안 들려. 크게 좀 이야기 해봐’ 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거실에 있는 TV 볼륨을 너무 크게 틀어 놓으셔서 줄이면 좋겠다고 말씀드릴 때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아버지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퇴직 후 엄마가 이명 때문에 조금 고생을 하셨고, 그 이후부터 청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워낙 자존심이 강해서 저한테 말씀을 안하신 거라고 말입니다.

저는 엄마한테 말씀을 드렸습니다. 청력검사 등을 받아보고 치료를 해야 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보청기를 껴야 한다면 보청기를 꼈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며칠 뒤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되는 경우 보청기를 구입할 때 정부에서 지원보조금이 나오므로 제반 절차를 제가 챙기겠다고 설명드렸으나 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엄마는 저한테 ‘나 장애인 아니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 라며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현황과 세금

2021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약 264만 5천명 입니다. 여기서 등록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요건을 갖춘 장애인이 동법 제32조에 따라 시군구청에 장애인으로 등록한 분들을 말합니다. 즉, 장애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시군구청에 등록하지 않은 분들은 등록장애인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장애인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등록장애인을 장애 정도에 따라 일률적으로 1급부터 6급으로 나누기도 하였으나, 장애인들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을 장애 급수에 따라 낙인을 찍는 여러 상황들이 발생하여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였습니다. 현재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중증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장애인)’으로만 구분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등 복지형 국가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장애인분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고는 말씀을 못드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적인 측면에서 보면 장애인분들을 위한 여러 세제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금 계산시 인적공제 금액을 추가해주고 있고, 장애인보장성보험을 통해 추가적으로 보험료 세액공제를 더 받을 수도 있으며, 차량을 구입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개별소비세 등 세액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 등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장애인이 장애인신탁과 평생 함께 한다면 증여받은 재산 중에서 최대 5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없습니다.

사례와 신탁

김00 고객에게는 딸이 한 명 있습니다. 이 딸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중증장애인)를 갖고 있으나 본인과 가족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잘 자랐고, 최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김00 고객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15평대 소형 아파트를 딸이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증여해 주려고 하셨고 결국 장애인신탁을 활용하셨습니다.

장애인신탁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2조의 2에 따라 ① 장애인인 딸이 고객님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고, ② 신탁업 인가를 받은 신탁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며(장애인이 딸이 사망할 때까지 신탁계약을 유지하는 조건), ③ 증여일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탁계약서 등을 첨부하여 증여세 신고를 마친다면 ④ 증여받은 아파트의 가액에서 최대 5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나오지 않는 등 장점이 많은 신탁주1)입니다.


주1) 신관식, 「내 재산을 물려줄 때 자산승계신탁·서비스」, 삼일인포마인(2022년), 71면 참조

글쓴이우리은행 신탁부 신관식 세무사
(저서 : <사례와 함께하는 자산승계신탁·서비스 (삼일인포마인, 2022년)>, <내 재산을 물려줄 때 자산승계신탁·서비스(삼일인포마인, 2022년)>

우리금융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