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VOL.311
text·voice. 우리카드 업무혁신총괄부 이명희 계장 photo. 정우철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라고, 소리 없이 소리쳐, 나는 말했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들이 청춘을 표상하고, 그것이 시들어 이윽고 꽃씨를 맺으면 그 굳은 씨앗이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인이라는 씨앗은 수많은 기억을 고통스럽게 견디다가, 죽음을 통해 해체되어 마침내 땅이 되고 수액이 되고, 수액으로서 어리고 젊은 나무들의 잎 끝으로 가, 햇빛과 만나, 그 잎들을 살찌운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보들레르는 노래했다.
너는 이승만과 신익희와 진보당을 알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2천 년대, 신세기의 열일곱 살을 살면 되지. 자본주의의 안락이 주는 꿀과 같은 달콤한 시간과 유혹들, 때로 조금 쓸쓸할 때도 있겠지만 오오, 푸르고 ‘섹쉬’한 밤을 수초처럼 유영하면서, 해바라기 아니면 오렌지, 남국의 과실처럼 익어가는 네 청춘을, 나는 상상해본다. 아닐 것이라고 말하지 마. 이승만과 신익희를, 굶주림이 배급해주던 자존의 멸망과, 4.19와 5.16 그 군부독재의 그늘을, 저 암담했던 유신을, 그리고 그 모든 역사의 굽잇길마다에서 겪어야 했던 뼈아픈 배신을 왜, 젊은 네가 간직해야 한단 말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푸르고 ‘섹쉬’한 밤을 ‘섹쉬’하게 유영하면서, 네 청춘을 살기 바란다. 시간은 회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너와 내가 편지로 교신할 수 없었던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의 문장과 오늘을 사는 생생한 삶의 문법 사이는 별과 별처럼 멀다. 편지에 담은 나의 이런저런, 역사성을 간직한 문장들은 너의 인생이 아닐 뿐더러 너로부터 아득하게 결절돼 있다. 내 편지가 이 모양이 된 것도 그때문이다.
소설 속 독백처럼 늙음은 과오가 아니라 과정에 불과하니, 세월의 흐름을 야속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되뇌어 봅니다. 그저 오늘 내게 주어진, 회귀하지 않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면 되는 것이라고요.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세월을 보내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번의 새해를 더 맞더라도 늘 푸른 청춘으로 머물 수 있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