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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0
일본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남에게 폐 안 끼치는 데 진심인 나라다. 이걸 일본에서는 ‘메이와쿠(迷惑)’라고 부른다. 일본의 일상 매너 대부분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래서 줄은 당연히 서고, 전철은 조용하고, 싫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갈등을 피하려는 태도,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문화. 메이와쿠를 알면 일본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씩 이해된다.
일본에서 온천은 그냥 목욕탕이 아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조용한 루틴에 가깝다. 그래서 분위기도, 기준도 꽤 엄격하다. 특히 문신. 여전히 조직 범죄의 이미지가 남아 있어, 지금도 많은 온천에서는 문신이 보이면 입장이 어렵다. 의미나 취향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일본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살색 스티커 하나쯤 챙기는 게 센스다.
일본에서는 라멘, 우동, 소바를 후루룩 먹는 게 이상하지 않다. 뜨거운 면을 식히면서 먹는 방식이라 자연스럽다. 굳이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옆 사람이 소리 낸다고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쩝쩝거리거나 트림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일본은 소리에 관대한 게 아니라, 허용되는 소리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젓가락도 막 쓰면 안 된다. 밥에 꽂기, 음식 찌르기, 젓가락에서 젓가락으로 음식 건네기. 일본에서는 이 세 가지가 전부 금기다. 장례식을 떠올리게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잠깐 내려놓을 땐 젓가락 받침 위에 놓을 것. 사소해 보여도, 이런 디테일을 꽤 중요하게 본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면 빈자리에 먼저 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입구에서 점원의 안내를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다. 자리가 비어 보여도 먼저 앉기보다는 “여기 앉아도 될까요?” 하고 한 번 묻는 편이 좋다. 일본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쪽보다, 한 박자 쉬는 쪽이 더 예의다.
일본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사람 좀 많다 싶으면, 가방부터 내린다. 등에 멘 백팩은 앞으로 메거나 손에 드는 게 기본이다. 서울 출퇴근 시간 풍경이랑 비슷하지만, 일본에서는 특별한 배려라기보다 그냥 일상에 가깝다.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자는 약속 같은 거다.
일본에서 인사는 형식이 아니라 태도다. 고개를 얼마나 숙이느냐에 따라 존중의 온도가 달라진다. 가볍게 끄덕이는 목례부터 허리를 깊게 숙이는 인사까지, 상황에 맞게 각도가 바뀐다. 말이 서툴러도 인사만 정중하면 인상은 충분히 좋아진다. 일본에서는 말보다 고개가 더 많은 걸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