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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0
회사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일 잘하는 사람, 조용한 사람, 그리고… 어쩐지 내 체력을 깎아먹는 사람. 특별히 나쁜 건 아닌데 같이 일하다 보면 기묘하게 힘이 빠지는 존재들. 오늘도 사무실 어딘가에서 조용히 활동 중인 직장 빌런들을 관찰해봤다.
평소에는 조용하다. 메일도 거의 없다. 메신저도 조용하다. 그런데 회의만 시작하면 갑자기 말문이 터진다.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이거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하나다. 이 얘기를 이미 지난 회의에서도 했다는 것. 그리고 회의가 끝날 즈음 꼭 등장하는 마무리 멘트. “좋은 의견 많이 나왔네요. 조금 더 정리해서 다시 이야기해보죠.” 결론은 없다. 그래서 직원들은 안다. 회의요정이 등장하면 퇴근은 멀어진다는 것.
이 유형은 회사에 다니지만 마음은 궁전에 살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프린터가 안 되면 “이거 왜 이래요?” 파일이 안 열리면 “혹시 봐줄 수 있어요?” 커피를 사러 가면서도 누군가를 찾는다. “같이 갈 사람 없어요?” 한 두번 돕던 누군가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시종이 된 느낌이지?
신기하게도 회사의 모든 소식을 알고 있다. 회의 결과부터 조직 개편 소식, 누가 휴가인지까지. 공식 공지보다 이 사람 입이 더 빠르다. “들었어요? 다음 달에 조직 개편한대요.” “마케팅팀 분위기 요즘 좀 안 좋다던데요?” 직원들은 가끔 궁금해진다. ‘인사팀보다 먼저 아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거지?’ 물론 정보력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많은 소식을 알고 있는 걸 보면, 본인 업무는 언제 했을까.
누군가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뒤에서 조용히 나타난다. “이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요.” 그리고 시작되는 즉석 컨설팅. “제가 예전에 해봤는데요.”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듣다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럼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까요?” 그러면 돌아오는 말. “그건 담당자가 더 잘 알겠죠.” 이 유형의 특징은 간단하다. 참견은 적극적, 책임은 소극적. 그래서 직원들은 이들을 훈수만 전문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