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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1
퇴근 후를 즐기고 싶지만 퇴근하면 녹초다. 분명 오늘 한 건 회의 좀 하고, 보고서 좀 고치고, 평소처럼 일했을 뿐인데···. 왜 외근 다녀온 날처럼 체력이 방전될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끝나지 않는 회의, 끝나지 않는 수정, 끝나지 않는 응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체력 게이지는 조용히 줄어들고 있다.
“이건 금방 끝날 것 같아요.” 이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회의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이미 했던 얘기가 다시 나오고, 정리된 안건은 또 원점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듣고, 모두 앉아 있는데도 체력은 계속 빠져나간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사이 집중력도 점점 흐려진다. 특히 결론 없이 끝나는 순간, 에너지도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이 회의, 다음에 또 한다는 걸.
최종_v2 → 최종_진짜 → 최종_진짜진짜. 파일명이 늘어날수록 체력은 같이 줄어든다. “이거 조금만 수정해볼까요?” 문제는 그 ‘조금’이다. 이미 손봤던 부분도 다시 수정하게 되고, 정리된 내용도 방향이 바뀌면서 처음으로 돌아간다. 특히 힘든 건 다시 집중해서 처음처럼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정이 이어질수록 체력도 함께 바닥을 향한다.
앉아 있지만 사실상 계속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한 분이 끝나면 바로 다음 분, 그리고 또 다음 분이 이어진다. 응대는 짧지만 집중은 끊기지 않는다. 같은 설명도 매번 처음처럼 해야 하고, 작은 실수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이 계속 켜져 있다. 특히 바쁜 시간대에는 말투, 표정, 속도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그렇게 응대가 이어지는 동안 체력 게이지는 빠르게 줄어든다. 그리고 또 들린다. “다음 고객님~”
알람은 울리는데 몸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겨우 출근은 했지만 컨디션은 아직 어제에 머물러 있다. 목은 잠겨 있고 머리는 흐릿하다. 평소라면 금방 끝낼 일도 몇 배는 더 오래 걸린다. 집중하려고 해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날의 목표는 단 하나, 무사히 하루를 버티는 것.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체력은 이미 바닥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