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읽는 세계사

뺏고 지키며 만든

무역 전성시대

*AI GENERATED

태초에 해적이 있었다

해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등장했다.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가 해적에게 포로로 잡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해적들은 부유한 국가의 부를 무력으로 빼앗는 걸 즐겼다. 무역이 활발할수록 약탈품도 늘어갔다. 포도주, 올리브유, 밀, 노예가 이들의 먹잇감이었다. 로마는 제국의 전 거점에서 물류를 운송했는데, 이런 양질의 보물들을 해적이 놓칠 리 없었다. 로마의 군사들은 육지에서는 무적이었지만, 해적의 홈그라운드인 바다에서는 예외였다. 11세기부터 지중해는 해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무역의 핵심 지역인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이슬람 해적들이 명성을 떨쳤다. 바르바리 해적이었다. 1530년 이후 약 200년 동안 150만~200만 명 이상이 이들에게 노예로 끌려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이슬람의 맹주인 오스만 제국은 바르바리 해적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스페인이 ‘레콩키스타(재정복)’로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냈을 때다. 오스만 제국으로서는 동유럽과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서유럽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었다. 바르바리 해적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면 서유럽이 해안을 통해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바르바리 해적들은 오스만의 ‘사략선(국가로부터 적선을 공격하고 약탈한 허가를 받은 민간선박)’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적국에는 해적이고 국민에겐 영웅이었던 그들

“우리도 해적을 육성하자.” 해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오스만의 전략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영국이었다. 제국을 일군 스페인의 강력한 해군과 싸우기에 영국은 아직 미약한 나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강 대 강’으로 맞붙으면 참패할 게 자명했다. 엘리자베스 1세 역시 오스만 제국의 지혜를 빌렸다. 해적을 육성해 스페인의 상선과 무적함대를 교묘히 괴롭히는 전략이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프랜시스 드레이크였다. 제법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집안이 몰락하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사략선에 올라 아메리카 대륙까지 섭렵한 경력자였다. 그때부터 스페인의 상선을 무자비하게 털어 명성이 높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여겼다. 물론 외교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임무는 비밀리에 은밀하게 수행되었다. 오늘날 국정원의 블랙요원처럼. 1570년 드레이크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영국 왕실이 지원한) 원정대를 이끌고 스페인 앞바다로 항해해 스페인 왕실의 재물을 훔쳐 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가 엘리자베스 1세에게 바친 재화는 30만 파운드에 달했다. 당시 영국 왕실의 1년 국고 수입보다 많은 액수였다. 원래 아메리카 대륙까지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그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마젤란 다음으로 세계 일주를 완수한 것도 드레이크였다. 스페인은 영국 왕실에 영국의 해적들을 소탕할 것을 공식 요청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침묵을 지켰다. 두 나라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가톨릭의 무적함대 스페인과 개신교의 신성 영국의 대결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1581년 드레이크를 불렀다. 신하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해적 드레이크에서, 드레이크 경이 된 것이었다. 영국의 함대를 지휘하라는 무거운 책임이 그에게 주어졌다. 1588년 7월, 영국 앞바다인 도버 해협에 141척의 함선이 출몰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였다. 영국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펠리페 2세의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이름도 유명한 칼레 해전이다. 드레이크는 완벽한 바닷사람이었다. 해류를 읽고 빠른 기동성을 살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해적처럼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에 스페인 함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달루시아 함대를 포박해 항복을 받아낸 것 역시 드레이크였다. 영국은 여덟 척의 함선에 불을 붙여 바람에 흘려보냈다. 화공법이었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처럼, 그 함선이 스페인 무적함대의 전열을 완전히 깨뜨렸다. 이제 바다의 지배자는 영국이었다. 대영제국의 시작을 알린 영웅이 ‘해적’이었던 셈이다. 드레이크는 1596년 열병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미래에 영국이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내가 전쟁을 지휘할 때 사용한 북을 울려 미리 알리겠다.” 그리고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때 이 북이 영국 함대에서 울렸다고 전해진다.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드레이키를 꼽는 배경이다. 드레이크가 보여주듯, 해적의 주요 앞마당은 이제 지중해를 벗어나 아메리카 대륙까지 뻗어간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모든 무역의 중심지가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둑이 있기 마련, 해적들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인 카리브해 주변을 본거지로 삼고 약탈을 일삼기 시작한다. 18세기 카리브해는 그야말로 ‘대해적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해적의 세상이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악당은 에드워드 티치, 일명 ‘검은수염’ 이었다. 1713년부터 카리브해에서 활동한 그는 가장 강력한 해적 중 하나로 통한다. 노략질 4년 만에 그가 약탈한 금액은 1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나 큰 키와 덩치로 엄청난 중압감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영국 함대에 승선한 적이 있던 그는 전쟁이 끝난 뒤 해적으로 전업했다. 그리고 40척이 넘는 배를 약탈할 정도로 악명 높은 인물이 되었는데, 카리브해에서 프랑스 국적 노예 운반선인 콩코드를 나포한 것도 그였다. 영국 해군은 에드워드 티치를 주시하고 있었다. 상업 활동에 방해를 주는 그를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718년 11월 영국 해군이 티치의 해적단을 포위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끝까지 저항했지만, 영국 해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25곳에 상처를 입은 뒤 그의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지고 만다.

해적의 보물, 사람들을 바다로 이끌다

해적은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다른 배나 해안 지방을 습격해 재물을 빼앗는 강도를 말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망망대해 어딘가에 숨어 있을 ‘보물’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앞서 소개한 만화 <원피스> 역시 전설적인 해적이 남긴 보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모티브가 존재한다. 한 해적이 엄청난 보물을 숨겨놓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7세기의 영국 해적 윌리엄 키드가 그 주인공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키드는 영국 정부로부터 프랑스 선박을 공격하는 임무를 받은 사략선의 선장이었다. 임무에 여러 차례 성공했지만,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착오로 인도 무굴 제국의 선박을 포획한 것이었다. 이 사건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자 집권당인 휘그당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야당인 토리당이 지속해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휘그당은 궁여지책으로 ‘꼬리 자르기’를 결심했다. 키드를 해적으로 몰아 사형시키고 자신들과 연결된 고리 사형이 결정된 후 키드는 세계 각처에 자신이 숨겨놓은 보물에 대해 털어놓았다. 실제로 그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귀중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뉴욕 인근 가디너스섬도 그 후보군 중 하나였다. 그가 죽은 뒤에 전설은 살을 더해갔다. 세상 모든 진귀한 보물을 그가 특정 장소에 숨겨뒀다는 내용이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의 <보물섬>과 <원피스> 등 각종 보물찾기 콘텐츠의 시작이었다. 실제로 발견된 보물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는 ‘이야기’라는 엄청난 보물을 남긴 셈이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 의 재산은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해적이 남긴 진정한 보물을 찾은 사람은 어쩌면 이야기에서 보물을 길어 올린 그일지도 모르겠다.

© WOORIBANK 등록번호 서울중, 라00644 ISSSN 2799-2993
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서경 과장(02-2002-4479)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2026년 우리금융그룹 기자단]
우리카드 최예진 대리 우리금융캐피탈 이도형 매니저 우리투자증권 최현아 차장 우리자산신탁 노경욱 대리 우리금융저축은행 박유근 과장 우리자산운용 권윤슬 차장 우리신용정보 정민지 사원 우리펀드서비스 장광익 과장 우리PE자산운용 김서희 과장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원호진 차장 우리에프아이에스 김소영 계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박승현 사원 우리벤처파트너스 이지은 팀장 동양생명 안다미 대리 ABL생명 장영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