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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1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국내 최대 무역항을 품은 부산.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흘러가는 이 항구 도시는 오랜 시간 경제와 삶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 한복판, 부평깡통시장과 마주한 자리에 1922년 문을 연 은행이 있다. 바로 우리은행 부산부평동지점이다. 금융 기반이 척박했던 시절에도 시장의 삶은 멈추지 않았고, 부산부평동지점은 그 곁을 지켰다. 그렇게 쌓인 세월은 ‘변치 않는 신뢰’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사보 <우리가족> ‘100년 점포를 찾아서’에서는 우리은행 설립 127주년을 맞아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우리의 유산을 소개합니다. 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우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의 ‘자산’과 ‘가치’를 조명하기 위함입니다.
시간을 품은 공간, 지금의 부산부평동지점
최근 몇 년 사이 은행 지점들의 통폐합과 폐점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부산부평동지점은 일제강점기라는 격랑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온 부산의 상징적인 금융 공간이다.
지점을 처음 마주하면 ‘100년’이라는 시간보다 단정하고 세련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내부는 이용객의 편의에 맞춰 정돈되어 있고, 외관은 근대건축물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려 리모델링되었다. 과거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실용성과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흔적이 남아 있다. 금고만큼은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먼지 쌓인 오래된 수표 교환가방과 현금 시제박스, <우리은행 10년사> 역시 이곳의 시간을 조용히 증명한다.
부산부평동지점의 역사는 1922년 11월 설립된 부산상업은행 부산서부파출소에서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라는 격변기, 충분한 금융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던 때였다. 당시 중소상공인들은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워 사금융에 의존해야 했다. 은행 또한 제한된 여건 안에서 현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은 이어졌다. 부산은 일찍이 물류가 활발하게 오가는 도시로 성장했고, 그 중심에 바다와 시장이 있었다. 지점 맞은편의 부평깡통시장과 인근 국제시장은 오랜 세월 부산의 생활과 경제를 지탱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 상인과 기업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관계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한 업종을 묵묵히 지켜온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마주하려 노력합니다.
신뢰로 쌓은 시간, 사람으로 이어진 관계
현재 부산부평동지점에는 1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업금융·개인상담·TC·우리창구로 역할을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시장 상권과 밀착된 지점의 특성상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구조다.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은 만큼, 충분한 설명과 세심한 대면 응대를 우선으로 한다.
최근에는 부평동 일대 시장 변화에 맞춰 지역 상인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대출상품과 자산관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해온 고객이 많은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금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부민동지점 폐점 이후 부산공동어시장 고객까지 유입되면서, 수산업 기반 기업 고객으로까지 아우르고 있다. 살펴야 할 고객의 영역이 넓어진 만큼, 박미정 지점장은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신뢰’를 꼽는다.
“시장 상인과 기업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관계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한 업종을 묵묵히 지켜온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마주하려 노력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다는 허진우 과장은 한 고객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래 거래해온 한 대표님은 IMF 당시 150장의 수표 부도를 겪으셨는데, 10년에 걸쳐 그 빚을 모두 갚아내셨습니다. 그 강인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깊은 존경을 느꼈습니다.”
그는 부산부평동지점을 ‘사람으로 완성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수십 년간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많아, 여전히 기계보다 사람을 찾아 지점을 방문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어시장 고객이 고등어 한 박스를 선물하고, 직원들이 이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풍경은 이곳에선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진심을 담아,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1922년 개점 이후 한국상업은행, 한빛은행을 거쳐 지금의 우리은행에 이르기까지, 부산부평동지점은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통장을 만들러 오던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곳. 이곳의 시간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박미정 지점장은 부산부평동지점을 ‘살아 있는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근무했던 곳에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기준과 틀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듬어진 원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모습에 가깝습니다. 고객 한 분 한 분의 상황에 맞춰 금융을 안내하고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측 불허의 상황이 많지만, 그만큼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그는 지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묵묵히 제 몫을 다해주는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모두 건강하게, 힘을 내서 함께 나아갔으면 합니다.” 이어 박미정 지점장은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디딤돌 삼아 미래의 100년도 내실 있게 준비하려 합니다. 한 번 더 고객을 찾아뵙고, 한 번 더 눈을 맞추며 신뢰의 깊이를 더해가겠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든든한 금융 파트너로 남고 싶습니다.”
지점 문을 나서면 사람들의 발걸음과 목소리, 오가는 인사 속에서 이곳이 지켜온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디지털 금융이 일상이 된 지금도, 이곳은 여전히 눈을 맞추고 진심을 건네는 ‘대면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의 기록은 부산부평동지점의 역사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