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르고 지기까지 우리는 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느라 낮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서일까.
해가 뉘엿뉘엿 지며 어둠이 드리울 때쯤의 밤이 더욱 좋아진지 오래다.
짙은 어둠을 밝히는 불빛들 사이, 낮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여수에서의 좋은 밤.
글. 최선주 사진. 이소연
전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산355-1 MAP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 덕분에 여수 밤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부터 여수 밤바다는 걷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만큼 인기가 많아졌다는 소리다.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를 보려거든 돌산공원이나 낭만포차거리로 가면 된다. 좀 더 넓게 여수 밤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여수해상케이블카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 그래도 여수까지 온 김에 제대로 된 야경을 보고 싶어 야경을 보러 제일 많이 간다는 돌산공원으로 향했다.
돌산공원은 공원으로 본다면 규모는 크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돌산대교와 여수 바다, 여수항, 장군도 여수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아직은 덥지 않은 딱 밤바다를 보기에 좋은 날씨라 찾았던 날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조금 어둑어둑해지자 돌산대교에 불이 켜지고, 크루즈가 지나며 여수 밤바다를 밝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기 바빴고, 천천히 여유롭게 저마다의 시간을 즐겼다. 야경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기다리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인데, 크루즈를 이용하면 여수 밤바다 가운데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색다르게 밤바다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전남 여수시 하멜로 102 거북선대교아래 MAP
황홀한 여수 밤바다의 야경을 충분히 눈에 담았다면, 이제 다음 코스는 낭만포차거리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낭만포차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낭만포차거리로 모여든 사람들을 보니 그동안 여행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낭만포차거리가 있는 종포 해양공원의 일대가 혼잡할 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 혹시 낭만포차거리를 가려거든, 주말은 피하고 주차는 미리 알아볼 것을 권한다. 자칫 잘못하면 주차 자리를 찾느라 주변을 헤매야 하니까.
많은 인파를 뚫고 낭만포차거리에 입성했다면, 일단 하멜등대로 가보자. 노을 진 바다와 하멜등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요즘 뜨는 사진 명소이기 때문이다. 노을 시간에 맞춰 하멜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주변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을 즐긴 후 낭만포차거리의 포차로 가서 주린 배를 달래면 완벽한 여행 코스가 될 것. 거기에 돌문어 삼합이나 딱새우회 같은 여수에서 난 신선한 해산물 요리까지 맛본다면 만족스럽게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남 여수시 수정동 산1-11 MAP
그 옛날 오동나무가 많았고, 섬의 모양도 오동잎을 닮아 이름 붙여졌다는 오동도. 워낙 여수를 상징하는 여행지라서 가보지 않았더라도 익숙한 곳이다. 섬이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유람선이나 동백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쉬엄쉬엄 걸으며 바다를 보고 싶어 걷는 걸 택했다. 도보 기준 왕복 30분 거리라 걷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다만 오동도 숲 안으로 들어갈 때는 말이 달라진다. 조금 낮은 산을 등산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 숨이 차오르는 경사를 올라야 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초록빛 나무들을 바라보며 쉬면 ‘이 길로 오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동백 군락지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동백꽃을 봤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계절이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동백꽃을 대신해 요즘 오동도의 새로운 포토존으로 사랑받는 바람골을 눈에 담은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으니까. 오동도를 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빼어난 자연 경관으로 오래 머무르고 싶어질 수밖에 없으니 넉넉히 시간을 두고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시간대가 잘 맞는다면 노을 진 여수 바다의 모습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를.
희망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