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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라던 집

집을 생각하니 영화 <건축학개론> 속 서연의 집이 떠오릅니다.
커다란 창문을 열면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초록의 잔디가 깔린 옥상 정원이 있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이었죠. 비록 상상일지라도 영화 속 서연이 되어 승민에게 집을 의뢰해 보렵니다.
제가 바라는 집은요….

글. 박영화 사진. 정우철

먼저 위치는 서연의 집처럼 바닷가 옆이 좋겠네요.
시원한 바닷바람이 집안으로 불어와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깝게요.
강이나 호숫가 주변이어도 괜찮아요.

또 아이들이 마음껏 피아노를 치고 뛰어 놀아도 이웃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다른 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집보다 너무 우뚝 솟거나 낮지 않게, 주변과 어울리게 해주세요.

도시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공간은 마당이에요.
마당에 심은 나무들의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집에서 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마당 곳곳을 뛰어다닐 수 있으면 좋겠고,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도 열고 싶어요.
마당 한편에 작은 텃밭 공간도 만들어주세요.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어서 바로 따 먹을 수 있게요.
침실엔 특별히 많은 가구를 들이지 않으려고요. 아담해도 됩니다.
좋아하는 그림과 예쁜 조명, 그리고 온종일 일에 치여 지친 몸을 쉴 수 있을 정도의 침대만 있다면요.

아, 침실의 창은 되도록 크게 내고 싶어요.
비 내리는 날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감상하기에도,
마당에 떨어지는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으니까요.

출근 준비를 하며 입에 빵을 욱여넣는 일도,
뜨거운 커피를 홀짝 마셔버리는 일도 이젠 안하려고요.
단 10분이라도 예쁜 식탁보를 깐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렵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요.
거실은 꼭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여럿이 모여 함께 떠들기 좋도록 가장 넓은 공간으로 만들어주세요.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도 달고 싶고요,
소파 옆 공간에 초록 식물들을 놓아 싱그러움을 더하려고요.
창이 커서 마당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면 좋겠고,
창마다 흰 커튼을 달고 싶어요. 창문으로 불어온 바람에 커튼이 하늘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릅니다.
마당은커녕 침실과 주방, 거실의 구분이 없는 좁은 집.
이 집에서만 산지 두 달 후면 13년이 되네요.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걸 꿈꾸곤 하는데,
마치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영화 <건축학개론> 속 승민과 어머니의 대화가 마음에 와닿네요.
“이 집이 지겹지도 않아?”
“집이 지겨운 게 어디 있어. 그냥 집은 집이지.”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뭘까요?
우리는 집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단한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기대고 싶은,
삶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는 공간의 의미를요.
집은 그냥 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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