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매화마을에 봄이 오면

햇볕이 제법 따뜻하다. 길목마다 먼저 핀 이름 모를 꽃들을 보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쭉 뻗은 섬진강 줄기 따라 달리며 맞은 바람. 살결을 스치는 그 바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광양 매화마을에서 마주한 봄이었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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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흩날리는 눈꽃, 매화

봄을 알리는 꽃들은 많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저마다 모양도, 색깔도, 향기도 다르지만 아름다운 건 매한가지가 아닐까. 그래도 이토록 많은 봄꽃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꽃을 하나 선택해보라면, 단연코 매화를 선택하고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봄바람 따라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눈꽃이 흩날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 조매, 도매, 설중매, 백매, 홍매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같은 매화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매력과 분위기가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매화의 매력을 알아서였을까. 우리 선조들은 매화나무를 유독 좋아했다.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를 일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는 매화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다고 전해진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는데, 김홍도는 돈이 없어서 살수 없었다. 때마침 누군가가 김홍도에게 그림을 청했고, 사례비로 3,000냥을 주자 김홍도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그때 김홍도가 친구들과 함께 마신 술의 이름을 ‘매화음(梅花飮)’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이 시대의 선비들이 그린 그림에는 매화가 종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해온 매화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매화의 본고장, 광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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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꽃 떨어진다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꽃 떨어진다

지리산
어느 절에 계신
큰스님을 다비하는 불꽃인가
불꽃의 맑은 아름다움인가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 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마라

-정호승 <낙화>-

매화를 보려거든 광양으로

광양 매화마을은 광양 다압면에 자리해 있다. 섬진강을 따라 길게 자리잡은 마을로, 길이가 28km나 된다. 찾았던 때가 매화가 한창 만개할 시기여서인지 매화마을은 매화 반, 사람 반으로 붐볐다. 그 광경을 보고 ‘매화를 보려거든 광양으로 가라’던 지인의 말이 생각날 정도였으니. 햇살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인지 사람들은 매화마을 곳곳에서 사진 찍기 바빴다.

매화마을을 구경하려면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섬진강을 따라 길게 자리한 마을인지라 한두 시간 내로 구경을 끝내기에는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마을 초입을 지나 매화가 만개한 산등성이를 따라 올랐다. 가파른 언덕길에 숨이 차기도 했지만, 지천에 널린 매화나무와 여러 꽃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힘들 틈이 없었다.

매화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진 포인트는 정자다. 정자에 오르면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인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 남들과는 다른 사진 포인트를 찾는다면, 연못이나 그 옆에 있는 돌다리도 괜찮다. 이미 몇몇의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던 곳이기 때문. 매화가 지겹다면 마을 중턱에 있는 대나무길과 홍쌍리 청매실농원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가 일구어낸 청매실 농원의 무수히 많은 장독대는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준다.

올봄, 이토록 아름다운 매화의 모습을 놓친 사람들을 대신해 광양 매화마을의 면면을 대신 전하며. 내년 봄에는 매화처럼 아름다운 날들의 연속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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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
가고 또 간다

-김영랑 <꿈밭에 봄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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