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VOL.306
text·voice. 우리은행 도봉구청지점 조연지 대리
photo. 정우철 illust. 김지원
나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봤자 모른다. 알 것 같아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대학에서 강의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학생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지요.
“지금 손들었던 학생 중에 공대생도 있을 겁니다. 손들었던 공대생 중에 지난 1년 동안 인문학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 있으면 다시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손들었던 인문학 전공 학생 중에 기술이나 IT 지식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는 친구 있으면 다시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극소수의 학생만 손을 들었습니다.
저의 후회를 고백하면서 학생들에게 다른 전공이나 지식의 영역에 담을 쌓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요즘 우리는 세상이 컨버전스를 향해 가는 것을 ‘흥미로운 구경거리’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우리에게 컨버전스식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영역의 지식이나 경험들을 통합하고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남이섬이 있기까지 참 많은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강우현 대표가 처음 남이섬을 맡았을 때 전체 연 매출은 20억에 불과했고, 그보다 3배나 많은 은행 빚이 있었습니다. 강우현 대표는 상상력의 기반 위에 자연과 인간을 조화시키는 ‘생명관광’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마법처럼 남이섬은 탈바꿈하게 되지요.
관광객이 버린 술병 3천 개로 담장을 쌓아 정원을 만들고,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목재는 표지판으로 사용했습니다. 남이섬 호텔은 물안개가 ‘기본 서비스’라고 말하지요. 자연도 재배치했습니다. 죽은 나무를 섬 복판으로 옮겨다 거꾸로 세웠습니다. 뿌리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무 앞에서 사람들은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습니다.
하루 중 이슬이 제일 먼저 내려온다는 이슬길에는 ‘참이슬 술병’이 즐비하고, 술병이 아닌 꽃병으로 보입니다. 이른 봄엔 그 낙엽을 태워 연기를 만들고, “남이섬은 낙엽이 타는 그윽한 풍경과 냄새를 판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남이섬은 상상력을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항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원하면서도 그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새로워질 생각조차 못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장님께서 내일 오전까지 제출하라고 하신 새 아이디어 기획서에 이 책으로부터 얻은 팁을 한 방울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해진 세상을 따르며 살아온 우리에게 ‘생각’을 선물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일 것 같아요. 사람들의 삶과 세상을 바꿔온 가장 큰 선물은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