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삼척, 여기서라면

여름의 여행이라 하면 바다를 빼놓고 논할 수는 없다.
시원하되 아름답기까지 한 바다는 결코 여행에서의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으니까.
에메랄드빛 바다가 유독 아름답기로 소문났지만 비단 바다뿐만이 아니더라도 이 여름이면 한 번쯤은 생각나는 강원도 삼척.
그곳에서의 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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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평화로운 나폴리, 장호해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 MAP

요즘 같은 때는 여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휴가. 누군가는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어딘가에 콕 박혀 그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아니면 대리만족할 무엇인가를 찾기도 하고…. 조금은 달라진 여름휴가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바다를 보아야 여름휴가를 다녀온 맛이 난다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이 시국의 제주도는 물 반, 사람 반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조용한 바다가 없을까 생각해보니 한 곳이 떠올랐다. 강원도 삼척의 장호해변과 장호항이다.
남쪽으로는 장호항 방파제, 북쪽으로는 삼척 해상케이블카가 있는 곳의 반달 모양의 백사장을 간직한 곳. 다른 바다에 비해 해변의 길이가 작아서 북적이지 않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에메랄드빛의 바다는 물론이거니와 잔잔한 파도 덕분에 투명 카약을 타며 바다를 누비기에도 좋고, 케이블카나 캠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평화로움이 가득했던 장호해변. 그래서인지 유독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다. 바닷물에 풍덩 빠져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장호해변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었다.

초록빛 신비로움, 무건리 이끼폭포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산86-1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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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사계절 언제 봐도 싱그러운 느낌을 주지만 뜨거운 여름날의 초록은 특히 반갑다. 삼척에서 만난 초록빛 폭포는 반가움 그 자체였다. 자연이 빚어낸 초록빛 이끼가 내로라하는 삼척의 명소들을 제치고 이곳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등산에는 영 재능이 없는 성인 기준으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무건리 이끼폭포는 삼척의 육백산 안에 있는 곳. 초반 30분을 오르는 길이 꽤나 가팔라서 포기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 고비만 넘는다면 산책길 정도의 산길이기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우거진 숲속을 걷다 보면 나오는 무건리 이끼폭포가 피로를 싹 씻어줄 테니까.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호랑이가 출몰할 정도로 깊고 우거진 숲속에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곳.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초록빛 이끼 사이로 힘차게 내려오는 폭포와 그 맑은 물이 모여 영롱한 빛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한참을 폭포 앞에서 멍하니 있었다. 맑은 물과 세찬 물소리, 시원한 바람에 등산의 고단함은 잊은 지 오래였으니까. 아무래도 직접 봐야 이 말에 공감하겠지만, 직접 가게 된다면 오로지 눈으로만 보기를 바란다. 이끼는 성장이 더뎌 훼손되면 최소 2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정겹고 아름다운, 나릿골 감성마을

강원도 삼척시 나리골길 32 MAP

바닷가 근처에는 그 지역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마을이 있는 것 같다. 삼척 어민들의 모습은 어떨까 싶어서 가본 나릿골 감성마을. 정라항 옆 알록달록 집들이 자리한 이 마을은, 삼척항이 활성화될 당시 어업 관련 주민들이 모여 형성되었다.
지금의 ‘나릿골’이라는 명칭은 정라항영진안과 벽 너머 사이에 있는 골짜기에 배를 정박하는 나루가 있어서 붙여졌다고.
좁은 골목을 따라 마을 곳곳을 돌다 보면 마을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관광객들이 꽤 찾았던 곳인데, 지금은 대부분 주민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어 한적함이 감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이겠지만 삼척항을 앞마당 삼아 1960~1970년대 전형적인 항구문화를 품고 있는 이 마을에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이 닿길 바라본다.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어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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