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대한 생각

지금은 성장 할 때다

얼마전 첫 책을 출간했다.
오랫동안 내 이름으로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디어 작년 겨울,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다.
원고를 쓰고 정리하고 탈고를 해서 인쇄된 책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차곡차곡 정리된 나의 인생 여정과 지나온 수많았던 고민들과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고 터득한 많은 생각들을 다시 천천히 읽다 보니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책의 내용 곳곳에 성장에 관한 얘기가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책을 쓰고 나서 성장한 나의 모습이었다.

글. 김은주
(구글 수석디자이너이자 작가)
그림. 오하이오

처음은 늘 찌질하다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타고난 기질인지 아니면 경쟁 사회에서 키워진 기술인지 그도 아니면 비난받는 게 무섭고 싫어서 생긴 자기방어적 기제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특징들이 있다. 첫째는,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는 자아상이 병이 들기 시작한다. 둘째는, 늘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예민하다. 이런 긴장상태에서는 창의적인 발상이 어렵다. 셋째는, 완벽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나 때문이 아닌 외부에서 이유를 찾는다. 합리적인 변명과 핑계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생긴다. 넷째는, 변수를 줄이기 위해 타인을 믿지 않는다. 협업이 어려워지고 번아웃이 온다. 다섯째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공포다.

나의 이런 완벽주의가 나를 얼마나 옭아매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꽤나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완벽주의를 놓는 것을 의지와 노력으로 연습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걸 맛보게 되었다. 실수와 실패를 그럴 수도 있다고 보게 되자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긴 것이다. 완벽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현재 완벽하다는 것은 성장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모든 일의 처음은 찌질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잘난 사람들도 모두 찌질했던 처음에서 시작했던 사람들이다.

성장은 정직하다

간혹 우리는 뉴스에서 눈 떠보니 유명해졌거나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됐다는 소식을 보곤 한다. 그런데 성장은 그렇지가 않다. 지루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후에야, 그리고 대부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아지는 게 성장이다.

나는 내가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는 걸 믿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쉽게 싫증을 내고 게을러지는 걸 안다. 그래서 미래의 나에게 숙제를 주고 나의 숙제를 검사할 사람들을 만들어 두는 편이다. 이런저런 강연 약속을 잡아 둔다거나 내가 미래에 할 일을 소문 내는 것이다. 막상 닥치면 불안해지고, 초치기 난리굿을 하기 일쑤고, 실제 기대보다 잘 해내지 못해서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뭔가를 해낸 이력이 쌓이면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실제 나는 같은 주제의 강연을 여러 대학에 하기도 하는데 수차례 경험이 쌓이자 이젠 제법 편하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일은 내공의 저력을 훨씬 단단하게 만든다.

지금은 성장할 때이다

대학교 시절 몸을 낮추는 나에게 선배가 들려준 말이 있다. 벼는 여름에 태양을 향해 머리를 꼿꼿이 들고 햇볕과 바람을 맞아야 가을에 열매를 맺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여름에 고개를 숙인 벼는 그늘에 가려 썩어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는 지금 가장 찬란하게 너의 색과 빛을 만들 때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나는 고개를 들고 살았다.

나는 이제 곧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이 된다. 그럼 이제 고개를 숙일 시간이 되는 건가를 고민하던 어느 날 백세 철학자 김형석 님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 황금기를 60~75세라고 회고를 하는 노장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멈춤이 아니라 더욱 노련하고 완숙한 성장을 할 때임을 알려 주는 듯했다. 이 정도면 하늘의 뜻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는 나이가 되긴 되는 모양이다. 지금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위해 태양을 바라볼 때다. 지금이 바로 그 나의 성장기이다.

김은주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의 작가이다. 전세계 청년들과 소통하는 여러 강연과 <EK 커리어노트>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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