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해질 무렵

해질 무렵 울산

울산

언제부터인가 환하게 떠오르는 일출보다는, 잔잔해지는 일몰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어서 빨리 정리되길 바라며,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하는 그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컸는지도.
내일의 해는 또 뜨겠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지는 해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찾은 울산. 거기서 마주한 찰나의 풍경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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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우리의 일상을 간직한, 태화강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길 154 MAP

서울의 한강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쉼’과 같은 곳이다. 걷고, 쉬었다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시 뛰기도 하는 그런. 아마도 한강이 없었다면, 서울이라는 도시는 꽤 삭막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울산에는 태화강이 있다. 사실 태화강국가정원이라고 해서 순천의 국가정원 같은 느낌을 생각했지만 직접 가보니 한강과 그 느낌이 맞다고 본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을 따라 길고 크게 조성된 국가정원은, 사실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1962년 울산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고, 인구 유입이 늘어나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식수로도 이용 가능한 수준의 수질을 자랑했던 태화강은 급격히 수질이 오염되기 시작했고, 울산시는 태화강 살리기 사업에 들어갔다. 친환경 생태공간 조성, 친수공간 조성사업 등을 차례로 진행한 결과, 수질은 다시 1등급으로 돌아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깨끗해진 수질 덕분에 연어, 은어가 돌아왔고, 2013년에는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곱디고운 색을 띠는 꽃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바람 따라 흩날리는 십리대숲과 널따란 갈대밭이 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규모가 꽤 커서 다 둘러보겠다는 마음으로 찾기보다는 쉬엄쉬엄 산책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는 게 좋겠다. 여행이란 자고로 욕심을 덜고 발길대로 가는 게 매력이니까.

카약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텐트를 치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가족끼리 산책하는 사람들. 이 소박한 모습들이 태화강의 자연과 어우러지니 더없이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따뜻해지는 계절이 되면, 다시 찾아보겠노라 되뇌며 태화강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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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계절인지라 곱디고운 색을 띠는 꽃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바람 따라 흩날리는 십리대숲과 널따란 갈대밭이 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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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 야경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110 MAP

장생포=고래. 이게 다였다. 울산 장생포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는. 울산을 제대로 모르거나 처음 가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부터 고래가 많이 서식한 덕분에 포경업이 발달해 고래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곳. 장생포에 다다르면 길목마다 보이는 고래 조형물들이 이곳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와 고래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장생포고래박물관이나 고래문화마을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유명한 것도, 익숙한 것도 모두 좋지만 장생포의 좀 더 색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던 탓에 장생포문화창고를 찾았다.

장생포문화창고는 버려졌던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해 올해 6월 장생포문화창고라는 이름으로 오픈한 곳. 북카페, 교육,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어서 장생포의 또 따른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입장료는 무료. 공간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지관서가. 멋진 장생포항의 뷰를 한눈에 보며 쉬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인기 있다고. 뷰맛집을 찾는다면, 장생포고래문화창고의 지관서가도 옳은 선택이지 싶다. 물론 이건 야외 별빛마당을 올라가기 전의 이야기다. 지관서가에서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별빛마당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장생포의 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하늘이 맑고, 깨끗한 날은 일몰이 장관이라 이 모습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미 사진 좀 찍으러 다닌다 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곳이라고.

찾았던 날도 하늘이 좋아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별빛마당에서 가만히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공기가 찼지만, 서서히 어둠이 짙어지며 빛을 반짝이는 장생포의 야경에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웠다. 울산공단과 바다 그리고 장생포의 풍경이 어우러진 야경은 어느 지역의 야경보다도 아름답다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저 고래로 유명한 동네로만 알았던 장생포를 이제는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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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서가에서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별빛마당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장생포의 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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