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SG기획부 이웅기 계장(제15기 우리가족 편집위원)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전기장판에 누워 까먹는 귤의 맛, 겨울 옷장의 풍요 속의 빈곤 그리고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친구. 그래서인지 이맘때 즈음이면 송년회나 신년회에 들떠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을 기대되는가 하면, 그 약속의 시간만큼 집에서 나를 기다릴 가족을 동시에 생각한다. 물론 도가 넘치면 ‘생각’이라는 가면을 쓴 눈치를 봐야 할 때도 있다. 아무튼, 겨울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서른의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없던 어려움을 몇 가지 느끼는데 그 하나가 바로 ‘연락’이다. 친구나 선후배, 또 멀리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문득 생각이 날 때면 정작 통화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자주 못 찾아가는 미안한 마음과 멋쩍은 안부가 다소 민망함이다. ‘딱히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바쁘겠지?, 그래 다음에 하자’라는 핑계로 미룬다.
하지만 미루어두었던 민망함은 이내 찾아오는 법, 귀신같이 상대방의 연락이 휴대전화 화면에 뜨게 되면 마음 한편에 미안함과 함께 따뜻함이 미묘하게 섞어진다. 그리고 다소 과한 사투리를 사용하며 적반하장으로 반가움을 전해본다. “마, 살아있나? 연락 좀 하고 살자.”
‘사랑’은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그 표현과 모습까지 다양한 걸 보면 참으로 심오한 단어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랑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그 대상을 향한 ‘생각과 마음’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근본이 본래 ‘사랑 애(愛)’의 애정을 뜻하는 것이 아닌, ‘생각 사(思)’, ‘헤아릴 량(量)’이 합쳐진 말로 생각하고 또 헤아린다는 뜻의 ‘사량’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계속해서 생각나면 그리워하게 되고, 그렇게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 근원에 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즉,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도 사랑의 또 하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추워지는 날씨만큼 우리의 마음은 따뜻함을 원한다. 지금 주저 말고 전화하고 따뜻한 안부의 한마디를 전해보자. 생각난다는 이유 그 하나로 따뜻한 안부를 전하기에 충분한 명분이 된다. 존경도 좋고, 우정도 좋고 찐한 사랑은 더 좋다. 대상 불문, 겨울은 사랑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