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는 정말 실물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엔 조건이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리상승의 파도를 넘어야 한다는 것.
정말 어렵게 찾아온 위드 코로나 시대를 경제적으로 접근해보자.
글. 정철진 경제칼럼니스트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는 요즘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신조어는 바로 ‘펜트 업 효과Pent-up Effect’이다. 일명 보복소비로도 불리는데 코로나19 같은 외부 요인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됐다가 급격하게 해소될 때 발생하는 수요(소비)급증 현상을 말한다. 최근 2년간 한국경제를 지탱한 건 제조업과 수출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하지만 이제 힘이 부친다. 민간소비가 도와주지 못하면 올해 4% 경제성장률도 힘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고, 우린 소비 폭발을 기대하고 있다. 실증도 있다. 이미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유럽 등 7개국의 상황을 보면 여행, 숙박, 음식, 대면 서비스 등에서 폭발적인 약진이 나왔다. 물론 아직 우린 1단계이고, 이들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 풀렸지만 민간소비에서 숨통은 트일 것 같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의 부분적 방역 해제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도 민간소비가 28.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의 반응도 좋다. 적어도 연말까지 매출을 확인해야하겠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는 업종에서는 활력이 돌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실시한 위드 코로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0.8%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싱가포르 사례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가 넘었지만 위드 코로나 후 신규 확진자가 급증했고, 다시 방역 수위를 높여야 했다. 중증 환자 병실 가동률 75%. 당국이 정한 위드 코로나 긴급멈춤 기준이다. 소비는 풀어도 긴장은 아직 풀 때가 아닌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체크해야할 변수가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다. 그리고 이 물가상승을 잡으려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2%를 훌쩍 넘었고, 지난 10월엔 연 3.2%로 튀어올랐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파괴와 물류대란이 겹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이다. 국제유가 및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몫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위드 코로나는 수요(소비) 팽창을 일으킬 것이고 역설적으로 안 그래도 뜨거운 물가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고, 가계부채 1800조를 갖고 있는 국민들은 대출 원리금 부담증가에 소비여력은 급감하게 된다. 위드 코로나가 우리의 예상과 기대와는 달리 민간소비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만 한다. 가장 바라는 건 올 연말, 그리고 내년 1분기 쯤 빠른 속도로 인플레가 잡히는 시나리오이다. 이렇게 물가가 잡힌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시중금리도 천천히 오를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위드 코로나 소비폭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민간소비가 살고 내수경제가 회복되면 제대로 된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오히려 물가상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일단 투자 쪽에서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원래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고 해도, 현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은 없는데 물가만 오르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수중에 돈이 마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8천 원하는 설렁탕을 먹으려면 1만원이 있어야 하고, 150만 원 정도면 충분했던 한 달 생활비가 250만 원을 준비해도 펑크가 날 판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선 그동안 채권시장에, 부동산 시장에, 주식에, 원자재, 코인 등에 비축했던 유동성을 끌어와야 한다. 즉, 자산시장 양동이를 깰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무려 12년간 지속됐던 저금리시대가 끝나고, 유동성 파티가 종료되면서 1차적으로 자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고 이에 대비해야만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만 완만하다면 굳이 양동이를 깨지 않아도 된다. 위드 코로나를 누리면서 민간소비를 키우고, 실물경제가 탄탄해지면, 자산시장은 다시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다. 결국 물가상승이 최대 변수이다.
위드 코로나에 모두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기대하는 이때, 우린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라는 파도를 넘을 준비를 해야만 한다. 꼭 안전하게 넘어서기를 강력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