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눈 내린 도시를 걷는다는 것 -서울 낙산공원&북촌한옥마을

눈 내린 도시를 걷는다는 것

펑펑 내리는 눈을 맞아본지,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맘껏 놀아본지가 대체 언제였는지.
매서운 바람만 맞다가 이 겨울도 끝나겠지?
눈 내리는 겨울에 대한 환상을 접어갈 때 쯤, 기적처럼 눈이 내렸다. 이때다 싶어 서울, 도심의 한복판을 걸었다.
매번 만나는 이 도시의 모습은 늘 똑같을지언정, 눈 덮인 도시의 모습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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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은 야경을 보러 가세요

낙산공원 서울 종로구 낙산3길 7-9 MAP

걷기 좋은 길이 꼭 멀리가야 있는 것만은 아니다. 걸으면 도로를 가득 메운 차와 건물들만 보일 것 같은 서울, 이 도시에도 걷기 좋은 길들이 꽤 있다. 알려진 걷기 좋은 길 중에서도 성곽길 주변을 걷는 게 매력적인 낙산공원.

대학로와 동대문에서부터 이어지는 낙산공원은 역사와 문화를 즐기고, 도시의 매력을 한 번에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낙산은 서울을 구성하는 산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고, 근대화 과정에서 무분별한 도시 계획으로 점차 역사적 유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낙산을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아깝다는 판단에 낙산을 근린공원으로 지정하고, 역사성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게 지금의 낙산공원인 것.

덕분에 성곽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인가 낙산공원을 가기 전 언덕부근에 있는 이화벽화마을에서 아기자기한 벽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모든 게 완벽한 걷기 좋은 길, 낙산공원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걸 추천하자면 바로 야경이다. 탁 트인 낙산 정상에서 바라본 어둠 속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기 때문. 야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야경을 또 언제 볼까 싶어 마련된 쉼터에 앉아 또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성곽길을 비추는 불빛과 그 위로 내리는 눈, 그리고 서울의 야경. 발길을 잡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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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 꽃밭같네 흐르는 꽃들도 있네 여우꼬리에 달린 불방맹이
-나태주, <서울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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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북촌한옥마을을 걸어봐요

북촌한옥마을 서울 종로구 계동길 37 MAP

대한민국에서 북촌한옥마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이유는 하나였다. 지난밤 낙산공원 야경을 바라보고 돌아오다 마주친 눈 내린 한옥의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꽤 펑펑 내리는 눈이었기에, 북촌한옥마을에도 꽤 쌓여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이른 아침 북촌한옥마을로 갔다.

예상대로 눈은 쌓여있었고, 각종 SNS나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북촌한옥마을의 포토존, 북촌6경에도 쌓여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지런히 올라갔다. 하지만 살고 계신 주민 분들의 부지런한 제설작업으로 그곳에는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래도 남들 다 찍는다는 포토존에 서서 눈 덮인 북촌한옥마을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멀리 남산타워까지 보이는걸 보니 역시, 명소는 명소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워 북촌한옥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굳이 북촌8경을 애써 찾기보다는 마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찾았던 날이 마침 설날이어서 친척들을 맞이하거나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 산책을 나오는 주민들을 종종 마주쳤다. 그 모습에 관광지이기 전에 누군가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마을을 걸었다.

오밀조밀 골목길에서 마주친 공방,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 마을 주변의 설산까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북촌한옥마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마을의 모습,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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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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