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로의 그림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과 그들의 ‘똥강생이’들에게 보내는 연서

땋은 머리

“할머니 머리 땋아 줘!” “이리 와, 우리 강생이.” 어릴 적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금이야 옥이야 지극정성으로 손주를 사랑해주던 할머니는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고
허리가 굽어 힘들 텐데도 손주의 보챔에 항상 웃으며 어부바를 해주시곤 했다, 당연한 줄만 알았던 할머니의 사랑.
어른이 되고나서야 알게 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자료제공. 엣눈북스

할머니. 학교 가면 엄청 재밌겠지?
근데 나 친구 많이 생길까?
할머니는 학교 다닐 때 재밌었어?
재밌제. 재밌제. 핵교는 참 재밌제.
글자 배우는 것도 재미나고,
도시락 까묵는 것도 재미나고
슨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모디 노는 것도 참말 재밌제.

할머니,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들까.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때가 좋았어.
할머니도 다 그만두고 싶을 때 있었어?
할매는 우리 강생이 머리 땋아 줄 때가
젤로 행복했제. 쌈짓돈 모다가 시장 가가
이뿐 머리 방울 사다 묶어 줄 때가
젤로 행복했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강생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강생이.

땋은 머리

정미진 지음 | 배현정 그림 | 엣눈북스 <땋은 머리>는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를 땋아 주며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손녀는 자신이 살아갈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할머니와 손녀의 삶이 교차되는 구조를 통해 할머니가 살아온 시대와 손녀가 살아온 시대상을 대비시켜 보여 준다. 할머니의 세대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야말로 ‘버텨 왔던’ 삶을 손녀의 세대에는 학업, 취업, 결혼과 육아 등 또 다른 전쟁 속에서 ‘버티는’ 삶을 살아간다. 더불어 ‘버티는 삶’을 살아가는 이 척박한 시대에서 할머니라는 존재가 가지는 온기. 많은 이가 공감하는 그 그리움의 정서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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