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제는 팬데믹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필자가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2022년을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회귀점(Point of Turning Back)’으로 정의한 이유다.
총량적으로 혹은 규모 면에서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경제구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2022년에 전개될 주요 변화를 주지하고, 달라진 환경에 맞게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글. 김광석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 저자
첫째, ‘불균형 회복’이 전개될 전망이다. IMF는 ‘Divergent Recoveries’라고 표현했고, World Bank는 ‘Uneven Economies’라고 명명했다. OECD는 12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The global recovery is continuing, but remains imbalanced”라고 2022년 경제를 설명했다. 표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불균형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선진국과 저소득국이 방역 인프라 등의 코로나19 대응 수준과 백신 접종속도가 달라서, 경제의 회복속도도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사실성 2022년의 세계경제 회복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국가들은 오히려 더욱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된다.
둘째, 세계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급속도로 전환되는 ‘빨라진 긴축의 시계’를 주목해야 한다. 긴축의 시대를 넘어 초가속화의 시대다. 세계 경제가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강하게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천천히 함으로써 시장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속(Baby Step rule)도 잊은 듯하다. 연준은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당기고,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정책금리 인상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우 강한 미국의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한 행보가 긴축의 시계를 가속화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2021년 상반기까지는 경기회복을 위해 제로금리가 필요했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아직도 완화적이다”라는 표현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세계가 긴축의 시계를 앞당김에 따라 우리도 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러한 긴축의 속도에 발맞춰 나갈 수 있지만, 문제는 개도국들이다.
세 번째 이슈는 ‘취약 신흥국의 등장’이다. 가뜩이나 보건 및 방역 시스템이 취약한데, 백신 확보도 미흡해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주요 신흥국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지속해서 하향조정 되고 있다. 공장 셧다운과 해상운임의 상승으로 부품 납기가 지연되고, 소비와 투자가 진작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시중금리가 앞서 상승하고 있어 자본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은 신흥국에 투자했던 외국인 자금을 이탈하게 만들고, 외화표시부채 비중이 높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신용위험이 고조될 우려가 있다.
과거의 질서는 무질서가 되고, 새로운 질서가 등장한다. 과거의 표준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고물이 된다. 달라진 환경에 달라진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경영과 정책기조 및 투자방법 마저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세계경제가 회복되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주체만이 그 회복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금융정책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먼저, 재정정책은 시중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R&D 예산이나 기술사업화 지원 등과 같은 신규 사업진출을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꺼꾸러질 것이다. 한편, 금융정책은 숨통을 틔워줘야만 한다. 금융규제마저 강화하면 서민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없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투자형 대출수요는 자연히 줄 것이지만, 생계형 대출수요는 줄 수 없다. 쌀은 사 먹어야 하지 않는가? 임차료는 내야만 하지 않는가? 은행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들은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이나 기타 대출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약 75%의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가뜩이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 버텨낼 수가 없다. 막상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실거주자나 전세난에 쫓겨 더 비싼 전셋집으로 이동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도 물어보고 금융정책을 짜야 한다.
투자관점에서는 선진국의 뚜렷한 회복세를 주목해야 한다. 달러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고, 신흥국·개도국에 투자했던 자금의 회수가 나타날 것이다.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이 일면서 투자자들이 현금 보유비중을 늘리는 움직임이 일고, 상대적으로 자산시장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0~2021년 동안 급등했던 주택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는 흐름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거스를 수 없는 거시적 흐름을 조망하고, 2022년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