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파리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출국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온 세상을 하얀 마스크로 덮어버린 그 녀석 때문에 취소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2023년 11월,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단전 끝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채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전했고, 실패했고, 다시 노려 힘들게 이뤄낸 모처럼의 여유를, 순간순간의 기억을,
우리가족에게 공유한다.
스프레이처럼 내리는 비에 지쳐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려던 순간
발견한 앙리까르띠에브레송 재단
뭔가 볼 게 있겠지!! 하고 기쁜 마음으로 경보 속도로 접근했으나, Closed.
앙리고 까르띠에고 스프레이고 뭐고
다 밉다 그냥.
Fondation Henri Cartier-Bresson
길게 늘어진 축축함에 잠깐의 쨍함이
더욱 소중했던 11월의 파리.
월요병도 가볍게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비밀스러운)감정들을 듬뿍 배양해 낸
오랜만의 달콤한 휴식이었다.
Jussieu
작품만큼이나 감탄한 오르세의 조명.
작품이 마치 형광색으로 반짝이며
눈으로 날아드는 느낌.
Musée d'Orsay
마리앙투아네트가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었다는 사랑의 신전... 믿거나 말거나.
한국에 가져왔으면 15/30 국민 농도로 진하게 썬팅을 둘러줬을 텐데. 아쉽네.
Temple de l'Amour
샹트샤펠 출입문 앞에 서있으면, 입장과 동시에 턱이 뚝 떨어뜨리며
‘우와~’ 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을 계속 볼 수 있다. 종교가 무엇인지, 믿음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공간이다. 분명 어느 실체에서 기인한 그 알지 못할 무언가가 발전하고 발전해서
그 옛날 이런 기가 막힌 공간을 만드는 힘이 되었을 테지.
Sainte-Chapelle
축축한 주말, 바스티유 광장에
어김없이 들어선 알록달록한 노점들.
신선한 과일과 치즈와 와인을
호텔방으로 고이 모셔 소확행 수집. Santé
Place de la Bastille
눈이 똘망똘망했던 동창이 그랬다.
‘유럽 가니까 건물도 지하철도 너무 낡았어. 선진국인줄 알았는데’ 친구야.
우리가 짚신 신고 다닐 때 만든 거래.
Rue de Rivoli
Q 이 날씨에 바토무슈 타러 온 용감한 사람이 있다?
A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바토무슈를 전세 낸듯한
의지의 한국인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가끔 쏟아지는
비를 손바닥으로 막아가며) 유유히 센강을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Bateaux-Mouches
‘아줌마 여기 사람들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예요?’라고 물으면
된소리가 날아올 것 같아 소심하게
셔터만 호다닥 누르고 총총총 퇴청.
Hôtel des Invalides
靑春
Le Grand Trianon
세상 순수하고 해맑은 안일함이 오히려
소매치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걸까?
소매치기 초보인 나도 시도해 볼 법한
난이도 1짜리 가방이지만, 어둡고 치열한
세상 속에서 나름 안전해 보였다.
République
인터넷에서 봐야 더 잘 볼 수 있는
모나리자. 중국인 관광객의 폰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웃고 있던 모나리자.
Musée du Louvre
예술은 어렵다. 여자도 어렵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Musée de l'Orangerie
몰래 따라다니며 귀동냥으로
황제관람 하다가 눈총 2발 맞고
장렬히 전사.
Musée d'Orsay
오래된 호텔과 스티커 자동차와
파리지앵 라이더....
그리고 오늘도 축축한 파리.
Hôtel Mary's République
여행 마지막 날에 찾아온 뚜렷한 감정선.
‘내가 내일모레 출근할 때도 저런 모습이겠지?’
왠지 모르게 작고 구겨진 모습 말이다.
Abbesses
텅텅 빈 뤽상부르 공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가 빵빵한 상태여서 그런지
이게 더 진귀한 광경이 아닐까.. 하는 긍정모드로 찰칵! 여러분, 세상은 바라보기 나름이라 하더라고요.
Jardin du Luxembourg
CSI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평일 낮의 루브르
Musée du Louvre
마지막 날, 고맙게도 쨍한 하늘을 선물해 주신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그리고 10분 만에 보란 듯 100만 톤의 먹구름을 바로 몰고 와주신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Montmartre
COMMENTS
코젤양
파리는 비가 와도 좋군요~~
Lauv의 Paris in the rain 노래가 떠오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