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평창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잘 견디고 있다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해 평창으로 향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이 있는 곳으로.

글. 박영화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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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육백마지기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1-18 MAP

‘비 올 확률 70%’.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도 평창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는 내내 맑은 하늘이었다. 힘든 촬영이 될 것이라는 건 괜한 기우였던 거다. 몽실몽실 피어오른 뭉게구름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평창. 그 중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육백마지기를 찾았다.

해발 1,256m, 청옥산 정상에 위치한 육백마지기는 1960년대 화전민이 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평지가 드문 강원도 산골에서 ‘볍씨 육백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육백마지기로 불렸다고 한다. 2018년부터 야생화단지로 조성되어 지금은 샤스타데이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굽이굽이 이어지는 초록의 산세, 드넓은 평원에 펼쳐지는 하얀 샤스타데이지의 향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황홀할 지경이다. 그동안 평창을 정말 몰랐구나 싶었다. 일명 계란꽃으로 불리는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하는 6월 말에는 그 일대가 온통 하얀 색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한발 늦긴 했지만, 7월의 육백마지기 풍경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다웠고, 이곳이 왜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삼양목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708-9 MAP

평창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삼양목장이 아닐까. 동양 최대의 목장인 삼양목장은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동물을 볼 수 있고,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곳으로 유명하다.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촬영하기 위해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동하는 10여 분 동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조금 전까지 눈이 부시다 못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햇살이 비췄는데,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회색빛 먹구름이 몰려왔다. 자욱한 안개에 가려진 풍경…. 거대한 풍력조차 안개 속에 숨어 버렸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렸다.

총 4,500m의 길이로 모두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뉘는 삼양목장. 전망대에서의 촬영을 포기하고 양 떼를 보기 위해 사랑의 기억 구간으로 이동했다.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모습이 전망대에서의 풍경을 담지 못해 초조한 내 마음과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영화 <연예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한 연예소설나무에서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벤치에 앉았는데, 점점 먹구름이 사라지더니 거짓말처럼 다시 해가 났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가 신기해 하늘을 구경하다가 다시 또 터벅터벅 걸었다. “양몰이공연이 시작됩니다.”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자 공연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놓칠 수 없었다. 삼양목장은 양몰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기에. 건강한 원유로 만든 유기농 우유와 아이스크림까지 맛봤다면 삼양목장을 제대로 여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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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가자 다시 육백마지기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1-18 MAP

“어제도 별이 많이 보였는데, 오늘도 별 볼 수 있겠어.” 낮에 들른 육백마지기 매점에서 관리소 아저씨와 매점 아주머니가 나눈 대화에 귀가 쫑긋해졌다. 별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계획에 없었지만 별이 쏟아지는 육백마지기를 상상하니 다시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육백마지기는 별 보기 좋은 장소로 유명한 곳. 반짝이는 별을 보며 밤을 보낼 수 있는 차박성지로도 인기가 많다. 육백마지기의 육백은 ‘금성’을 뜻하는 고어이고, 마지기는 ‘맞이하는 장소’라는 뜻으로 ‘별을 맞이하는 곳’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12시, 졸린 눈을 비비고 다시 육백마지기로 향했다.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새벽 1시 30분 즈음에 촬영을 하기 위해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육백마지기. 아득하니 먼 곳에서 작은 별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처음엔 하나, 둘 셀만큼 보이더니 점차 수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예쁘다!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먹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구름 뒤에 숨었다가 다시 빛나기를 반복했기에 완벽한 별구경은 아니었지만,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아니 행복이었다.

돈도 중요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우리에겐 정말로 필요한 건
잠깐의 여유와
진심을 나누는 시간 아닐까
하늘 위에 함께 떠 있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
별 보러 가자

- 소윤 <별 보러 가자> 中 -

놓칠 수 없는 바람 놀이터 gogo

강원도 신·재생에너지전시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경강로 5754 MAP

033-336-5008 CALL

하절기(3~10월) 09:00~18:00 / 동절기(11~2월) 09:00~17:00

삼양목장 인근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풍력을 테마로 조성된 풍력발전의 이해 및 홍보․교육의 장이다. 풍력에너지의 역사, 원리, 종류, 풍력발전기 날개의 효율, 풍력발전기 내부, 세계의 풍력발전기 등에 대해 알아보는 공간과 관광객이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내가 만드는 전기, 바람 느끼기, 바람이름 홍보패널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내부가 넓지 않아 소요시간이 길지 않으니 아이들과 함께 평창으로 여행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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