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제15기 <우리가족> 편집위원 이해주 계장이 읽어주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얼마 전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익명으로 고민 편지를 보내면 손편지로 답장이 오는 ‘온기우편함’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
그걸 보니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읽으셨을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내용을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족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삶에도 이런 온기가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글. 상동역지점 이해주 계장 사진. 정우철 일러스트. 김지원

책 속의 문장 수집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소유보다는 경험 차원에서

마지막 답장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려 깊은 사람이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빈 편지에, 나미야 할아버지는 더 많은 고뇌로 답장을 써 내려갑니다. 고민은 무거울수록 입에 담기 어려우며 때로는 나조차도 무엇이 고민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무슨 일이냐 채근하기보다는 다만 힘을 북돋아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빈 지도는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습니다.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그려나가며, 막다른 길은 표시를 해두고 나만의 지름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방향을 잡기 어려울수록 나를 믿고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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