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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어느 날,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잘 사냐?” “그렇지 뭐. 너는?”
그리고 전화는 한참을 이어졌어요. 꽤 오랜만에 하는 연락이었는데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목적은 그저 ‘잘 사냐’는 안부였지만, 희안하게 할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마무리를 했네요. “곧 보자.”

글. 최선주

여름방학이었어요. 갑자기 보충수업 시간표가 바뀌더니, 싫어하던 수학 수업이 2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아! 하기 싫어!” “야, 너두?” 우리는 그날, 합심해서 노래방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그렇게 신나게 놀고 우리는 시내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어찌나 재밌던지요.
다음날, 수학 선생님한테 잡혀서 교무실에 꿇어 앉아있었지만요.
수능을 앞두고는 걱정이 많아졌어요.
“아, 대학 못가면 어떡하지?” “설마 못 가겠냐?”
먼저 합격통보를 받은 친구를 보고, 초조해하던 나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에요.
며칠 후 합격통보를 받고 꺼이꺼이 울던 나에게 “아 재수하는 줄 알았는데, 대학가네?! ㅋㅋㅋ”
“아 뭐래!”라고 육두문자를 섞어줬지만, 알고 있었어요. 친구가 누구보다 나의 합격을 기원했다는 걸요.

각자 다른 학교로 입학한 후에도 만남은 계속 되었어요.
“너 자취방 놀러가도 돼?” 학교는 달랐지만, 꾸준히 만나며 20대를 보냈습니다. 졸업반쯤이었을까요?
이상하게 친구의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바쁘겠거니, 연락 오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졸업을 하고, 취업해 각자 바쁘게 살았죠.

“걔는 잘 지낸데?” “몰라. 너도 연락 안 해?”
다른 친구들하고도 연락이 안 되나 보더라고요.
그때도 역시 그러려니 했어요. 조금 더 세월이 흐른 뒤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잘 지내는 구나’ 속으로 생각했죠.

친구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고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았어요.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오더라고요.
“잘 지내지? 미안해”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
친구인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답장을 했습니다.
반갑더라고요. 그리고 조금의 후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연락해볼걸.’ 친구는 그 이후로도 또 연락이 없다가, 가끔 힘에 부치는지 뜬금없는 문자를 한통씩 해오곤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아는지 모르겠어요.
친구들 모두, 기다리고 있다는 걸요.

살다보면 ‘적당한 때’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때를 놓치지 말라고. 여러분도 때를 놓치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인생에서 즐거웠던 시절을 보낸 친구와 관련된 일이라면요.
뭣 모를 때 맺어진 소중한 인연, 지키고 살아요. 우리.
‘뭐, 잘살겠지’ 생각만 하지말고, 생각날 때, 연락해보세요.
딱히 이유가 없어도 괜찮아요. 친구는 아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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