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zip

새해, 빛과 희망을 그린
세 폭의 그림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이 순간, 무언가 새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과거의 무게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고 싶은 그 심정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서양미술사의 거장들도 이 같은 ‘시작’의 순간을 캔버스에 담았다.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꽃, 겨울이 끝나가는 아침의 햇살, 그리고 지중해의 찬란한 빛 속을 걷는 일상의 행복까지.

NAME
반 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

(1890)

생명을 축복하며 그린 아들의 탄생

1890년 초, 남프랑스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동생 테오로부터다. “형님,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반 고흐는 흥분으로 손이 떨렸다. 지난 10개월을 거의 병원 방 안에 갇혀 보낸 그에게 이 소식은 한 줄기 햇빛 같았다. 특히 아이의 이름은 자신과 같은 빈센트 빌럼이었다. 테오가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약속대로 아이 이름을 당신의 이름으로 지었어요. 아이가 당신처럼 단단하고 용감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반 고흐는 곧바로 붓을 들었다. 막내 조카에게 줄 선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남프랑스의 이른 봄은 아몬드 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하얀 꽃송이가 만발하는 그 모습은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순간, 새 생명이 탄생하는 기적을 상징한다. 반 고흐는 말했다. “꽃 피는 나무는 각성과 희망을 의미한다.”

그는 마치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듯 가지와 꽃을 그렸다. 굵은 검은 선으로 그려진 가지들은 화면을 가로질러 역동적으로 흐르고, 그 사이로 순백의 꽃잎들이 무한히 뻗어난다. 마치 하늘 자체가 꽃이 되어버린 것 같다.

비극적이게도, 반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린 지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테오의 가족은 이 그림을 평생 품고 살았다. 그의 아내 요한나와 아들 빈센트 빌럼은 삼촌이 조카의 탄생을 축복하며 그린 이 작품을 가장 소중히 여겼고, 나중에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되자 이 그림은 그곳에 영구 소장되었다. 새해,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어둠 속에서도 봄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반 고흐가 조카에게 보낸 이 축복의 그림은 그런 당신에게 말한다. 어떤 겨울도 영원하지 않다고, 희망의 꽃은 반드시 핀다고.

NAME
모네, <까치>

(1868-1869)

고요한 겨울 끝에 찾아온 햇살의 기적

1868년 겨울. 모네는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얼마 전, 그는 연인 카미유의 아들을 얻었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겨우 이 작은 집을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네는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느 아침, 밤새 내린 눈이 모든 것을 소복하게 덮었다. 모네는 그림 속 세상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그대로 담으려 했다. 눈이 내린 시골 풍경, 한 중간을 가로지르는 돌담, 그리고 왼쪽 울타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까치 한 마리. 사람은 없다. 오직 새 내린 눈으로 덮인 세상과, 그 위에서 지저귀는 까치의 울음만이 존재한다. 이 그림의 진정한 주인공은 ‘빛’이다.

모네는 햇빛이 눈 위에 만드는 색채의 변화를 포착했다. 눈은 순백색이 아니다. 엷은 색조로 물들어 있고,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는 회색과 푸른색이 섞여 있다.

이것은 혁명적이었다. 당시 아카데미 미술에서는 그림자를 검은색으로 그렸다. 하지만 모네는 눈을 크게 열고 자연을 관찰했다. 실제 햇빛 아래에서 그림자는 검지 않다. 그것은 주변의 색깔을 반사하며 살아 숨 쉬는 색채다. 여름엔 하늘이 땅보다 밝지만, 겨울엔 눈 덮인 땅이 하늘보다 훨씬 밝게 빛난다. 모네는 이 역전된 빛의 세계를 완벽하게 포착했다.

그리고 까치가 있다. 까치가 있음으로써 고요한 겨울 풍경에 생명이 깃든다. 까치는 지금 움직이고 있다. 고개를 들었다가 내렸다가 한다. 언제든 날아갈 듯 긴장한 자세로 앉아 있다.

오늘날 <까치>는 모네의 가장 뛰어나고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겨울, 고요 속에서 햇살이 눈 위를 비춘다. 어쩌면 새해는 이렇게 조용하게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가장 고요한 순간이 가장 밝은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네는 알고 있었다.

NAME
소로야
<해변의 산책>

(1909)

지중해의 빛 속에서 만나는 일상의 행복

1909년 여름.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최고의 기분이었다.

몇 달 전, 뉴욕에서 열린 개인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의심했던 부분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은 올바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발렌시아의 말바로사 해변으로 향했다.

여름의 지중해. 바다는 투명하고 모래는 따뜻하다. 소로야는 가족과 함께 해변을 산책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내와 큰딸 마리아가 양산을 들고 석양 무렵의 모래사장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휘날리고, 베일이 얼굴을 스친다. 소로야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캔버스에 펼쳐진 것은 ‘움직임’의 향연이다.

그는 여느 인상파 화가들처럼 야외에서 직접 그렸다. 변화하는 빛을 따라잡기 위해 빠르고 자신감 있게, 거의 거침없이. 붓터치 하나하나가 빛을 포착하는 순간의 에너지로 살아 있다. 그의 행복한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이 그림을 본다면, 어떤 거창한 꿈과 계획보다 먼저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다.

아,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햇빛 아래를 걷는 일상의 순간.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 모래 위에 드리운 그림자. 그리고 지중해의 푸른빛. 새해의 과제는 거창하지 않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빛나게 살아내는 것. 소로야의 그림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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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조영희 과장(02-2002-4595)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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