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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완벽하지 않은 그 이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준비도 채 안 된 채 ‘부모’라는 이름을 얻는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렵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아이가 자라는 내내 따라온다. 그런데 미술관 속 화가들은 말한다. 진짜 부모다움은 완벽함이 아니라고. 아이의 발을 씻기는 손길 속에, 세상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는 두 팔 속에,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온 자식을 안아주는 그 품 속에 있다고. 그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 세 점을 소개한다.

NAME
메리 카사트, <아이의 목욕>

(1893)

첫 번째 그림은 미국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의 <아이의 목욕>이다. 카사트의 대표작이자, 모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 가운데 하나다.

그림 속 장면은 더없이 평범하다. 세로줄 무늬 옷을 입은 어머니가 작은 아이를 무릎에 앉혀 세숫대야에 발을 담가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대신,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물이 담긴 그릇, 아이의 통통한 발, 어머니의 손.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오직 그 작은 발 하나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카사트의 시점이다. 그녀는 이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포착했다. 덕분에 우리는 마치 그 방 안에 함께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그 순간을 함께 바라보게 된다. 일본 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대담한 구도는, 평범한 목욕 장면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의식처럼 느끼게 만든다.

카사트는 평생 결혼도, 자식도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모성의 본질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기는 그 단순한 행위 안에서, 부모다움의 모든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다움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손길, 아이의 발 하나를 조심스럽게 쥐는 그 온기. 이 그림 앞에 서면, 오늘 아이 손 한 번 꼭 잡아주지 못한 날들이 떠오른다.

NAME
케테 콜비츠, <어머니들>

(1919)

두 번째 그림은 독일의 표현주의 예술가 케테 콜비츠의 <어머니들>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전쟁이 끝난 지 단 1년도 되지 않아 완성됐다.

그림 속에는 어머니들이 모여 있다. 서로의 몸을 엮듯 기대어, 아이들을 품 안에 꼭 끌어안은 채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 있다. 배경도, 설명도 없다. 오직 안으려는 팔과 숨으려는 몸, 그리고 무언가로부터 아이를 막아서려는 어머니들의 벽. 그것만 있다.

이 그림이 탄생한 배경에는 깊은 슬픔이 있다. 콜비츠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마자 열여덟 살 아들 페터를 전쟁터에서 잃었다. 그 이후 그녀의 작품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훗날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나는 두 아이를 안은 어머니를 그렸다. 내 안에서 태어난 나의 한스와 나의 페터헨.” 그림 한가운데 있는 어머니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콜비츠의 <어머니들>은 아름답지 않다. 두렵고, 지쳐 있고, 무력하다. 그런데 바로 그 모습이 진짜다. 부모다움은 늘 단단하고 용감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내 아이를 위협할 때,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끝내 두 팔로 아이를 감싸안는 그 떨리는 힘. 콜비츠는 그것이 부모다움의 본질임을 이 한 장의 그림으로 말한다.

NAME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1669)

세 번째 그림은 렘브란트 판 레인의 <돌아온 탕자>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성한, 인생의 마지막 말과 같은 그림이다.

그림 속 장면은 이렇다. 재산을 탕진하고 맨발로 돌아온 아들이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다. 아들의 옷은 누더기고, 뒤꿈치는 갈라져 있다. 그 등 위에 아버지의 두 손이 얹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손이 다르다. 오른손은 섬세하고 부드러워 어머니의 손 같고, 왼손은 두텁고 강해 아버지의 손 같다. 렘브란트는 한 아버지의 손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담았다.

렘브란트가 이 그림을 그릴 무렵, 그는 아내도, 아들도, 재산도 모두 잃은 상태였다. 남은 것은 오직 그림뿐이었다. 어쩌면 그는 아버지를 그리면서 자신이 받고 싶었던 용서를, 동시에 자신이 주고 싶었던 용서를 함께 담았던 것 아닐까. 부모다움의 가장 깊은 자리에는 용서가 있다. 아이가 실망을 줄 때도, 예상과 다른 길을 갈 때도, 아무 말 없이 두 손을 얹어주는 것. 렘브란트의 아버지는 말하지 않는다.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안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그림 앞에 서면,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건네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모다움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다. 카사트처럼 매일의 작은 손길로 아이를 돌보는 것, 콜비츠처럼 두렵고 지친 몸으로도 끝내 아이를 안아주는 것, 렘브란트처럼 어떤 아이도 말없이 품어주는 것. 그 세 가지가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부모다움에 가까워진다. 오늘도 서툴게, 그러나 온 힘으로 부모이고 있는 당신에게 이 그림들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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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서경 과장(02-2002-4479)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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