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쓸 데 있다!

고대에도 ‘아이돌’은 존재했다?

아이돌 열풍은 유행일까, 오래된 감정의 반복일까. H.O.T부터 BTS, 아이브까지 세대를 가로지르는 아이돌의 인기 속에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은 왜 누군가를 아이돌로 만들고 또 그들을 열렬히 좋아할까? 그 시작은 아주 오래된 단어, ‘IDOL’의 어원에 있다.

*AI GENERATED

‘아이돌’이 우상 숭배라고?

예전과 달리 아이돌은 더 이상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아이돌의 무대 영상을 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한다. BTS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고, 블랙핑크는 멤버 모두 솔로 활동으로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고히 했다. 아이브의 장원영은 세대를 넘나드는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인기 아이돌은 달라졌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90년대 초반부터 아이돌 열풍은 반짝 유행이 아닌 문화 현상이 됐다.

하지만 아이돌 신드롬이 90년대 처음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아이돌(idol)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어 ‘eidolon(에이돌론)’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형상’, ‘우상’, ‘환영’ 등을 의미했다. 눈에 보이지만 실존하기보다는 어떤 존재를 대신해 나타난 이미지에 가까웠다.

이후, 이 개념이 라틴어와 영어로 전해져 ‘idol’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의미가 점차 ‘형상’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옮겨졌다. 일부 종교에서는 이 단어가 우상 숭배의 대상으로 사용돼 부정적인 의미를 띠기도 했으나, 19세기 이후 종교적 맥락에서 벗어나면서 금기나 경계의 대상이 아닌 누군가가 동경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확장됐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대중문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이돌은 자연스럽게 가수, 배우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인물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과거와 현재, 다르지만 같은 아이돌 열풍

아이돌 열풍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이지만 과거와 몇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참여 방식이다. 과거의 팬이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팬은 콘텐츠 생산자에 가깝다. 팬들이 단순히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영상을 편집하고 밈을 만들며 아이돌의 서사를 함께 만들어 간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아이돌이 하나의 브랜드로 기능한다는 사실이다. 음악 활동을 넘어 패션, 광고, 라이프스타일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며 개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팬들은 그저 노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이 보여주는 세계관과 이미지를 함께 소비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아이돌은 우상이자 동시에 현실적인 롤모델이라는 이중적인 위치를 갖게 됐다.

결국 아이돌 열풍은 최근 들어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우상을 향한 감정이 디지털 환경과 만나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고, 더 다채로운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아이돌이라는 단어의 뿌리가 ‘숭배의 대상’에 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아이돌 열풍은 그 오래된 감정이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모습이다.

아이돌 신드롬은 오래된 감정이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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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서경 과장(02-2002-4479)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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