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쓸 데 있다!

내가 고른 걸까, 알고리즘이 고른 걸까

SNS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잠깐만 영상을 보려고 접속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비슷한 콘텐츠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흔히 “알고리즘 탔다”고 말한다. 이제는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알고리즘’은 어디서 온 말일까?

*AI GENERATED

알고리즘의 기원은 ‘대수학의 아버지’

알고리즘은 어떤 개념이 아닌 수학자의 이름에서 비롯된 단어다. 주인공은 9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 알콰리즈미(Al-Khwarizmi), 이슬람 황금기의 수도였던 바그다드에서 활동하며 수학과 천문학, 지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오늘날의 구글, 하버드를 합쳐놓은 것과 유사한 당대 최고의 지적 허브 ‘지혜의 집’에서 연구하며 방정식을 체계적으로 푸는 법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복잡한 수식을 단계별로 쪼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절차로 정리했다. 훗날 유럽의 학자들이 이 책을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제목 속 단어 ‘al-jabr’를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Algebra, 즉 대수학이 됐다. 중학교 수학 시간에 우리를 골치 아프게 했던 대수학의 뿌리가 바로 여기다.

유럽 학자들이 이 책을 번역할 때 저자명인 알콰리즈미를 라틴어식으로 음차하는 과정에서 ‘Algoritmi’로 표기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인도-아라비아 숫자와 십진법은 완전히 낯선 세계였는데 알콰리즈미의 계산법이 그 문을 열어준 셈이 됐다. 이후 ‘알고리스무스 방식으로 계산한다’는 표현이 퍼지고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말은 계산 규칙이나 문제 해결 절차를 뜻하는 보통명사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단어로 굳어졌다. 이름이 개념이 된 것이다.

추천을 넘어 취향을 만드는 알고리즘

디지털 시대에 들어 알고리즘은 완전히 다른 존재감을 갖게 됐다. 유튜브와 SNS 플랫폼은 ‘이 사용자는 어떤 영상을 좋아하는가’라는 복잡한 문제를 시청 지속 시간, 클릭률, 반복 재생 횟수 등 수천 개의 변수로 쪼개고 단계적으로 계산해 각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은 하루에도 수억 건의 영상 추천을 처리하는데 전체 시청 시간의 70% 이상이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능동적으로 검색해서 보는 영상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을 더 많이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알고리즘이 보여준 선택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의 취향 프로파일은 가입 후 단 몇 시간의 시청 데이터만으로도 상당히 정교하게 완성된다고 한다. 나도 내 취향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이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근에는 알고리즘을 초기화하기 위해 새 계정을 만드는 경우도 늘어났다. 취향을 추천받는 수준을 넘어 취향 자체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1200년 전 수학자가 체계적으로 방정식을 풀기 위해 고안한 사고방식이 이처럼 지금은 역설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거대한 미로가 됐다.

나도 내 취향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이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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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서경 과장(02-2002-4479)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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