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색다른 공간! 이런 Zone 카멜레존
주변 상황에 따라 피부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하는 카멜레존.
폐공장, 폐교 등 세월에 따라 쓰임을 다한 곳도 발상을 전환하면 갤러리나 카페처럼 멋진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방문했던 멋진 갤러리는 몇 년 전 기계들로 가득한 공장이었을지도.
글. 삼성로지점 임지현 계장, 박영화 사진. 삼성로지점 임지현 계장, 고인순
햇빛 쨍쨍한 여름, 모노레일 같은 대구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달성공원역에 내려 조금 걷다 보면 낡은 외벽의 3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보인다. 찾아오는 이들 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이 조용한 곳이라 삭막한 듯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테라스마다 설치된 알록달록한 그림이 반겨준다. 건물 입구로 들어가자 식물과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카페 공간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수창청춘맨숀은 2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KT&G 사택을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두 번째 기획 전시가 한창이었는데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오래된 복도 배전함 속 숨어 있는 작품들이 반갑다. 전시실 끝자락에는 청춘맨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둔 아카이브가 있다. 기존 아파트 내부 구조를 그대로 살린 전시실에서 사택 거주자들의 추억과 작가들의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1층 맨숀쌀롱에서 직접 음료를 만들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곳곳에 관객 참여 이벤트도 있어 심심하지 않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에서 촉망받는 작가들의 작업도 엿볼 수 있어 이 공간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실험적인 작품 감상을 하면서 옛 아파트의 흔적들을 발견해 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사택거주자들이 근무하던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대구예술발전소도 함께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그 밖의 시네마 토크,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대구광역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한 사전 예약은 필수!
053-252-2570 CALL
대구 중구 달성로22길 27 MAP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제1산업단지. 시멘트·철물 공장 등 수많은 공장 건물을 지나면 원기둥의 물탱크가 보인다. ‘팔복예술공장’. 붉은 기둥에 선명하게 써진 상호명을 보고 제대로 찾았다.
오래전 이곳은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1979년 ‘썬전자’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장은 쏘렉스라는 회사로 호황을 누리다가 1980년대 말 CD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고, 결국 1991년 가동을 멈췄다. 그렇게 25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5년의 기간을 거쳐 예술문화공간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주변이 온통 공장으로 가득했기에 어쩌면 또다시 공장이 세워지는 게 자연스러웠을 테지만 누군가의 다른 생각 덕분에 근사한 예술문화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다.
팔복예술공장은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쏘렉스 공장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벽체, 기둥, 계단 등 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다. 거기에 천이나 조형물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다양한 조형물과 설치물이 어우러져 건물 자체가 작품처럼 보인다.
A동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편에 가장 먼저 ‘써니’라는 이름의 카페가 나온다. ‘써니’의 이름은 ‘썬전자’의 ‘썬’과 과거 노동운동 소식지 ‘햇살’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카페 한쪽에는 다양한 그림책이 전시되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지역 예술가의 작품이나 초대 작가의 작품이 주로 전시되는데, 현재는 전주 지역 청년작가의 소장품이 전시 중이다.
A동에서 나와 붉은 색 컨테이너 박스를 통하면 B동에 도착한다. B동에는 아이들의 놀이터인 ‘꿈꾸는 예술터’와 다양한 도서 전시가 이뤄지는 ‘이팝나무 그림책 도서관’, 식당인 ‘써니부엌’이 있다. 아! 공장 앞 북전주선 철길에는 하루에 두세 차례 화물차가 지나가는 진기한 광경도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길.
063-283-9221 CALL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구렛들1길 46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