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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5
새해에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봄이면 현실을 깨닫고 여름에는 휴가만 바라보며 버틴다. 그러다 연말이 오면 실적과 평가, 내년도 계획 앞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열정 만렙의 1분기부터 현실 자각의 2분기, 저전력 생존 모드의 3분기, 해탈과 버티기의 4분기까지. 분기마다 쉴 새 없이 달라지는 직장인의 감정 변화를 들여다봤다.
연초에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새 다이어리를 펼치고 책상과 업무 폴더를 정리한 뒤, 자격증 공부와 운동, 점심시간 영어 공부까지 야무지게 계획한다. 아직 실적표는 비어 있고 남은 날은 많으니 새로운 일에도 겁 없이 손이 간다. 하지만 2월 업무 일정표가 빽빽해지기 시작하면 1월의 기세도 슬슬 꺾인다. 3월쯤에는 다이어리에 빈칸이 늘고, 거창했던 다짐은 바쁜 일상 뒤로 밀려난다.
봄꽃이 피는 동안 업무도 본격적으로 만개한다. 연초의 계획은 회의와 보고, 마감으로 바뀌고, 다이어리 뒤쪽에는 목표보다 수정 요청이 더 빽빽해진다. 일은 익숙해졌지만 피로는 쌓이고, 상반기 실적과 평가 이야기가 들리면 “이게 맞나?” 싶은 현타가 슬쩍 고개를 든다. 달력을 펼쳐 빨간 날을 세어봐도 마음이 영 풀리지 않는다. 마음도 복잡한데, 로또나 사볼까?
여름은 결국 체력 싸움이다. 출근길부터 지치고, 점심 뒤에는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에어컨 바람이 세면 춥고 약하면 덥고, 회의 중에도 마음은 이미 휴가지에 가 있다. 그래서 이 시기를 버티게 하는 동력은 ‘여름휴가 D-DAY’다. 떠나기 전에는 밀린 일에 치이고, 다녀오면 쌓인 업무에 한 번 더 방전된다. 결국 남은 체력을 아껴 움직이는 저전력 모드에 들어간다.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으면 사무실의 시간은 갑자기 빨라진다. 실적 정리와 미완료 업무, 인사평가와 내년도 계획이 한꺼번에 몰리고, 메일함에는 “올해 안에만 부탁드립니다”가 끊임없이 도착한다. 정신없이 한 해를 정리하지만 막상 성과를 적으려니 무엇을 했는지는 흐릿하다. 대신 새로 들어온 큰일에는 “내년 1분기에 진행하시죠”라며 자연스럽게 넘기는 연말의 기술이 생긴다. 그렇게 성과급과 새해 휴무일을 확인하며 “올해도 무사히 버텼다”는 안도감에 도착하고, 또 다짐한다. 내년에는 정말 다르게 살아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