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여행

어여쁜 우리 공주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보면 우리는 공주 대접을 해주고 싶다. 그만큼 아끼고, 귀하게 여겨주고 싶은 마음을 ‘공주’라는 단어에 담아 전하는 게 아닐까. 충남 공주는 그런 동네다. 역사의 파고를 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래 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요즘의 멋까지 품었다. 게다가 시 한 소절을 읊조릴 수 있는 감성도 있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가 공주를 기꺼이 어여쁘고, 귀히 여기게 만든다.

공주의 제민천, 다시 흐릅니다

충남 공주는 예전부터 교육의 도시, 찬란한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불렸다. 꽤 오랫동안 충남 지역의 행정, 교육의 중심지로 활약했고,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의 역사적 흔적인 공산성과 무령왕릉 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쩐지 이런 배경 때문에 공주 여행이 조금 재미가 없다거나 정적일 거로 생각하지 말자. 공주는 요즘 꼭 여행해야 하는 소도시로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그 이유가 제민천을 품은 동네에 있다. 제민천은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이다. 모르는 사람은 고작 이 작은 하천이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제민천은 아주 오랫동안 공주 시민들의 삶과 함께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주목 관아, 충청감영, 공주시청, 공주여고 등 주요 유적지와 시설들이 제민천을 중심으로 있는 것만 봐도 제민천 일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공주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제민천 역시 오염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제민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을 시작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휴식공간과 산책로를 만들어 공주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했더니 역사와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제민천 주변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민천 사이에 두고 골목 나들이

공주산성시장, 중동먹자골목, 감성이 가득한 공방과 카페 등이 자리한 덕분에 제민천을 여행하는 시간은 1분도 지루하지가 않다. 게다가 공주제일교회, 옛공주읍사무소, 공주하숙마을 등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재미가 곁들여지면 공주에서의 하루는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서 조금 깊숙이 들어가 보면 담벼락을 가득 메운 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시들은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 공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을 위해 ‘나태주 골목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예쁜 벽화와 함께 그의 시를 담벼락에 빼곡히 써놨다. 따뜻한 시구로 사랑받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잠깐이라도 마음에 작은 위로와 쉼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제민천에서 15분가량 걸으면 나태주풀꽃문학관도 볼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제민천은 걷고, 걷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그 누구도 재촉하는 법이 없다. 시간을 품은 마을이라서 그런 걸까. 오랜 세월을 품은 마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교감하며, 우리의 시간을 내어주면 그만이다. 나태주 시인은 시 <여행자에게>에서 말했다.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도 풍경이 되려고 하지는 말아라,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그대 자신마저도 잃을 것이다, 다만 멀리서 지금처럼 그리워하기만 하라”라고. 제민천에서의 시간이 그리워지거든, 우리는 그저 다음 계절에 다시 찾으면 된다. 여름날, 이곳에서 보낸 추억과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고서. 그리움이 남아야 다음 여행이 궁금해지는 법이니까.

충남 공주시 장대1길 7-2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제민천 숨은 맛집이다. 마을 주민들만 살 것 같은 동네의 골목골목을 지나면 작게 ‘길갈’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온갖 식물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마당이 나오면 그곳이 길갈이다. 정말 가정집 같지만, 점심시간에 들르면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곳. 주메뉴는 초밥&롤 초밥이다. 공주와 어쩐지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정겨운 동네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어울리는 것도 같다. 공산성롤, 참치타다키롤, 레인보우롤 등이 인기가 있지만, 무얼 시켜도 평균 이상으로 맛있다. 양도 푸짐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충남 공주시 웅진로 131

공주는 밤의 동네이기도 하다. 공주 밤은 유독 당도가 높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잘 알려져서 밤을 이용한 디저트들이 많다. 마롱드공주는 공주의 밤을 재해석해 음료와 디저트로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다. 게다가 직접 밤농사를 짓는 가족이 운영하는 밤에 진심인 곳이다. 2층으로 이루어진 카페 외관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기와 포인트를 준 게 특징. 안으로 들어가면 원목 소재의 가구와 한옥 느낌으로 포인트를 줘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포근한 분위기에 반하고 시그니처인 밤잼슈페너, 화이트밤잼슈페너, 밤잼라테 등 밤으로 만든 음료를 주문해 한 모금하면 두 번 반하게 되는 곳. 다양한 밤 선물 세트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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