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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다운, 휴식

바쁜 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나는 제대로 쉬고 있는 걸까. 쉰다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을 멈추면 불안하고, 눈을 감으면 내일 걱정이 밀려온다. 그런데 미술관 속 화가들은 말한다. 진짜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햇살 가득한 강가의 테이블 위에서, 황금빛 들판 위에 누운 두 몸 안에서, 그리고 색채가 춤추는 남프랑스 풍경 속에서 휴식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품은 그림 세 점을 소개한다.

NAME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뱃놀이 파티의 오찬>

(1880~1881)

첫 번째 그림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뱃놀이 파티의 오찬이다. 르누아르가 인상주의 화가로서 가장 빛나던 시절에 완성한 대표작이다. 참고로 인상주의란 빛과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화면에 담으려 한 19세기 프랑스 화풍을 엿볼 수 있다. 그림 속 장면은 흐드러지게 풍요롭다. 파리 근교 샤투라는 마을, 센 강가의 물랑 푸르네즈 레스토랑 테라스 위에 열네 명의 사람들이 강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긴다. 와인병과 과일, 반쯤 빈 유리잔이 테이블 위에 가득하고, 줄무늬 천이 여름 햇살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누군가는 소리 내어 웃고, 누군가는 강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한쪽 구석의 여인은 작은 테리어 강아지에게 온 시선을 쏟는다. 그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이 바로 르누아르의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되는 알린 샤리고이다. 흥미로운 점은 르누아르의 제작 방식이다. 그는 이 그림 속 인물들을 모두 실제 친구들로 채웠다. 화가, 기자, 배우, 배 사공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작업실로 불러 그렸지만, 화폭 안에서는 처음부터 함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실제로 엑스레이와 적외선으로 분석한 결과, 사전 밑그림 없이 캔버스 위에서 직접 인물들을 여러 번 수정하며 완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속 장면이 실제로 그날 그대로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르누아르는 어느 완벽한 오후를 영원히 잃어버리기 전에 붓으로 붙잡아 두려 했다. 1923년, 미술 수집가 던컨 필립스는 이 그림을 손에 넣기 위해 큰돈을 지불했다.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필립스 메모리얼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 중 하나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 그림 하나가 다른 모든 소장품을 합친 것보다 갤러리에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불러올 것이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필립스 컬렉션에서 가장 많이 찾고, 가장 오래 이야기되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휴식은 거창한 계획 속에 있지 않다. 강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와인 한 잔을 기울이는 일이다. 그 평범한 오후 하나가 백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이 그림 앞에 서면, 오늘 함께 밥 한 끼 먹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NAME
빈센트 반 고흐 <낮잠>

(1889~1890)

두 번째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낮잠이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반 고흐가 생레미 드 프로방스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장면은 더없이 고요하다. 밀밭이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한낮, 두 명의 농부가 짚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남자는 등을 바닥에 붙이고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렸고, 여자는 옆으로 누워 팔 위에 머리를 얹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신발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것만으로도 방금 전까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잠든 몸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고된 하루를 살아온 모든 사람을 상징한다. 이 그림에는 원작이 있다. 반 고흐가 존경했던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판화 연작 하루의 네 시간 중 정오 장면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반 고흐는 단순히 모사하지 않았다. 원본은 흑백 판화였지만, 그의 화면은 온통 빛으로 가득하다. 파란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하늘, 주황과 노랑이 소용돌이치는 밀밭이 펼쳐진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색채라는 다른 언어로 흑백의 명암을 번역한다고 썼다. 이는 모사가 아니라 색으로 새롭게 옮겨 그리는 창조적 행위였다. 이 그림을 그릴 무렵 반 고흐는 병원에 머물러 외출할 수 없었고, 모델을 부를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기존의 판화를 보며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는 쉬지 못하면서 쉬는 사람들을 그린 셈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가 간절히 원하던 상태, 잠시라도 세상의 무게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화폭에 담은 것일 수 있다. 휴식은 나약함이 아니다. 반 고흐의 농부들처럼 얼굴을 가리고, 팔 위에 얼굴을 묻고,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의 짐을 내려놓는 행위다. 이 그림 앞에 서면, 오늘 나는 정말 쉬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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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일 1998년 12월 1일 / 발행인 정진완 / 편집인 박준태 / 담당자 우리은행 브랜드전략부 서경 과장(02-2002-4479) / 기획·디자인 경성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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