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야학은 교육을 통해 학창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저녁 7시. 검정고시를 치르고,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어르신들의 열정이 빛나는 시간. 우리카드 강동현 차장과 우리은행 오은유 대리는 그 시간의 무게를 알기에 퇴근 후 대신야학으로 다시 출근한다. 교단에 서서 바라본 어르신들의 꿈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걸 느껴서일까. 대신야학으로 향하는 출근길이 즐겁다.
대신야학은?
‘20세기 아동의 잃어버린 학창 시절을 되찾는 21세기 청년의 선한 교육적 움직임’이라는 슬로건 아래 1981년 개교했다. 20세기 가난과 전쟁 등으로 학창 시절을 잃어버린 지역사회 내 저학력 성인 등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초등부(한글반)·중등부·고등부 검정고시반을 전액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이화여자대학교 안에 있는 대신교회에서 시작했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현재 운영되는 대신야학은 대신교회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선생님들은 교육봉사를 하는 봉사자로서 지원해 합격하면 대신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가능하다. 지금은 교장, 교감 선생님 포함해서 약 15명의 선생님이 대신야학에서 교육봉사 중이다. 2025년에는 학생 수가 많이 줄어 초중고 합쳐서 약 20명 정도 된다.
거북골로18길 41 디엠씨이노빌 지하1층
02-304-1536
강동현 차장
오은유 대리
입사 몇 년 차,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 세요.
동현 2010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2013년 우리카드 분사 당시에 전적했어요. 그래서 입행 기준으로는 15년 차인데, 우리카드는 입사 11년 차입니다. 현재 우리카드 총무팀에서 기획 및 임대차계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은유 저는 입행 7년 차로, 우리은행 외환업무센터 수입사후관리 파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입 신용장 거래를 하며 발생하는 각종 사후관리 업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두 분은 원래 알고 계셨나요? 아니면 봉사를 통해 알게 되신 건가요? 봉사하면서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같은 우리금융 내 에서 일하고 있어 반갑기도 할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동현 봉사하며 알게 된 사이입니다. 저는 대신야학 59기이고, 은유 선생님은 64기예요. 제가 64기 신입 교사 모집을 주관했거든요. 자기소개서에 직장이 ‘우리은행’으로 되어 있는 걸 보고 정말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지금은 교무를 맡고 있고, 은유 선생님은 고등부 담임이라 서로 의견 나눌 일이 많은데요. 학생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대단해서 제가 은유 선생님께 많이 배우고, 자극받고 있어요. 학교에서 ‘은유쌤’, ‘동현쌤’ 이렇게 부르다가 메신저로 ‘차장님’, ‘대리님’이라고 부를 때는 좀 어색하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은유 맞아요.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이에요. 제가 대신야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동현 차장님이 먼저 활동하고 계셨어요. 같은 우리금융그룹 안에서 일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가족 같은 동료’를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긴 시간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업무하기도 바쁘고 정신없으실 텐데, 대신야학에서 교육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현 원래도 교육봉사에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때 봉사활동 학점을 필수로 이수해야 했는데, 전부 교육봉사로 채웠을 정도로요. 집 근처(독립문) 야학을 알아보다가 대신야학과 연이 닿아 2020년 9월부터 봉사 중입니다.
은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함께 배우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교육봉사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청소년센터 학습지도, 서울동행프로젝트 중학생 멘토, JA Korea 다문화 청소년 멘토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교육봉사에 참여했죠. 때마침, 집 근처 야학에서 선생님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실 제가 지원했을 당시에는 이미 모집 공고가 마감된 후였는데, 용기 내어 동현 차장님께 여쭤봤어요. 그러고 나서 지원했던 게 2023년이었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2년 반 정도 꾸준히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교육봉사 외에 다른 봉사활동 경험이 있나요?
동현 헌혈을 60회 넘게 했어요. 100회, 200회 채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더 못하게 되었어요. 아, 2024년에 조혈모세포 기부한 경험도 있습니다.
은유 노인지원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거나,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 해드리는 활동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봉사와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주변인의 다양한 반응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동현 가족들의 지지 없이는 오랜 기간 지속해서 봉사하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내가 2022년 11월에 쌍둥이를 출산했는데요. 임신했을 때도,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야학 봉사는 보내주는 아내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고맙죠. 그리고 아이들이 서툰 말로 “아빠, 밖에 깜깜한데 어디가?”라고 물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할머니들 동화책 읽어주러 가~”라고 하면 “응 잘 다녀와”라고 하더라고요. 귀여운 응원을 보내주는 아이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은유 “회사 일만 해도 충분히 힘들 텐데 봉사까지 하고 대단하다”라는 격려부터, “혹시 유급 봉사 아니냐”라는 농담, “천사 같다”라는 과찬까지 정말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그런 말들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어, 더 꾸준히 나아가게 하는 응원처럼 들리더라고요.
대신야학에서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동현 저는 주로 비인기 과목들을 가르쳤습니다. 아무래도 국·영·수 교과가 인기가 높아서 교사들 모집이 수월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회·도덕 등 소위 암기과목을 주로 담당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합격을 위해서는 암기과목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국·영·수 교사들 못지않게 사명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래도 국·영·수는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회·도덕 같은 과목에서 고득점을 해야 합격하기가 수월해요. 요즘에는 쌍둥이 키우느라 매주 수업하지는 못해요. 검정고시 시기가(매년 4월, 8월 2회 시행) 되면, 암기과목 보강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하지 않는 대신에 교무로서 여러 가지 행정적인 업무들을 처리하죠.
은유 저는 고등부 담임으로 영어를 맡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이 영어를 가장 어려워하는데, 저 역시 학창 시절 영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거든요. 그래서 영어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도전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봉사 중,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세요.
동현 아무래도 야학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학위수여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저희 세대에는 어쩌면 당연한 중고등학교 졸업장이 이분들에겐 평생의 한이더라고요. 연세가 70~80이 넘으신 분들이 하늘을 보며 “엄마~ 드디어 해냈어”라면서 우시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은유 검정고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과 응원 쪽지를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한 학생이 제 쪽지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 프로필에 올리며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겨주었는데,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정성이지만 학생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동현 야학이 국가보조금을 일부 받기도 하지만, 예산 대부분은 졸업생, 졸업교사 등 후원자분들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교실도 장마철엔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요. 좋은 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특히 코로나19 때 수업 진행이 정말 어려웠어요. 대부분이 고령인만큼 정부의 집합 관련해 여러 가지 수칙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지하의 작은방에 여럿이 모이는 것 자체가 정말 부담스러웠죠. 코로나19가 심해질 때는 휴교를 하고 우편으로 공부 자료를 보내주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학생분들 중 코로나19로 심하게 아프셨던 분들은 없어서 어려웠던 시기를 잘 버텨낸 것 같습니다.
은유 야학의 학생분들 대부분이 어르신 연령대이다 보니, 가끔은 학창 시절처럼 작은 갈등이나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담임으로서 그 사이에서 중재하거나 단호하게 말씀드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돼요. 제 역할을 다하면서도,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아요.
‘봉사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동현 알파벳을 처음 배운 A 학생이 생각납니다. 보통 영어를 가장 어려워해서 알파벳만 한 달 넘게 가르치는데요. 어느 날 그 학생이 수업 전에 저한테 오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한참을 우시더라고요. 무슨 일이시냐고 여쭤봤더니, 그 학생의 딸이 목포에 있어서 한 달에 1~2번씩 꼭 KTX 탈 일이 있었는데, KTX 좌석표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예: 5호차 12A, 3호차 16D) 매번 열차 안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본인 자리를 물어봐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본인 자리를 스스로 찾으셨다고 너무 기쁘고 뿌듯해서 눈물이 많이 나셨다는 사연이었죠. 그 밖에도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현재도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 대신야학에 처음 오셨을 때는 문맹이었는데, 약 7년에 걸쳐 중학교 졸업장까지 딴 학생이 기억납니다.
은유 사실 한 명만 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의 학생이 늘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이시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더 큰 자극과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래서 늘 “봉사하길 잘했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봉사를 망설이는 동료 혹은 선후배들에게 유경험자로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동현 봉사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봉사를 통해 얻게 되는 ‘보람’과 ‘기쁨’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왜 야학에서 가르치느냐고 물어본다면 거창함보다는 ‘그냥 정말 재밌어’라고 답변할 것 같아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는 재미,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재미, 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미 등등…. 정말 재밌으니까 망설이지 마세요!
은유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누구나 망설이기 마련입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생기고요. 봉사는 누군가 돕는 것을 넘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따뜻한 추억까지 쌓을 수 있어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저하지 말고, 용기 내어 도전해 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신야학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동현 학생 여러분!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집중하시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세요! 그리고 복습 좀 하세요! 하하. 말하고 나니 너무 선생님 같네요.
은유 학생분들은 늘 저희에게 “회사 일만으로도 힘드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워요. 학업에 대한 열정,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배움 앞에서 겸손한 자세까지 오히려 제가 학생들에게 큰 가르침을 얻거든요. 저는 늘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동행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배움을 나누어주셔서, 그리고 제게도 큰 울림을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봉사를 통한 기쁨과 앞으로의 계획, 도전해 보고 싶은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동현 가끔 수업 하러 가기 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좀 피곤해서 가기 힘드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막상 수업이 잘 끝나면 뿌듯한 마음에 ‘조금 더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5년을 보냈습니다. 아직 세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아빠가 이런 봉사활동도 한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최소 10년은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은유쌤도 그때까지 함께 하리라 믿어요! 대신야학 파이팅!!
은유 교육봉사는 저에게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큰 기쁨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가 가르친 모든 학생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검정고시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싶어요. 더 나아가 오랫동안 대신야학과 함께하며, 언젠가 교장 선생님의 자리에서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주변에 배움에 대한 열망은 크지만, 기회가 부족한 분들이 계시다면, 대신야학을 꼭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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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냥대박
우와 동현차장님 너무 멋지네요 일할때도 멋진데 좋은일도 하고 홧팅입니다.
와...
와.. 야학이라니.. 야학이라니....... 대단하십니다!
동탄
퇴근하고 집 가서 침대에 폭 담기고 싶은 맘만 가득한데 이런 봉사를 하시다니.. 반성하게 되네요
와..
30년 전 저 대학시절에 야학봉사 많이들 했는데 지금은 없어진 줄 알았어요... 대단하십니다.
당신은 천사인가요
잘 못할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글보고 뜨끔합니다. 저도 착하게 살게요
미소 천사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은 얼굴이 참 밝아요.
배우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보며 반성합니다. 멋지십니다.
파이팅
대신야학이 널리널리 알려지면 좋겠네요!! 쌤들 멀리서 응원할게요~
갓생러
봉사하는 건 정말 쉬운일이 아닌데,, 두분다 리스펙입니다..!
1004
일도 바쁜데.. 교육봉사까지 날개 어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