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지난 호 보기
참여하기
Vol.356
가을이 되면 자연이 온통 거대한 팔레트로 변한다. 어떤 나무는 샛노랗게 물들고 바로 옆 나무는 새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심지어 같은 종류의 나무도 해마다 단풍빛이 조금씩 달라진다. 모두 똑같은 초록색이던 나뭇잎은 왜 가을이 되면 저마다 다른 색으로 물드는 걸까?
낙엽의 노란색은 ‘원래 있던 것’
봄과 여름의 나뭇잎이 초록색인 것은 엽록소 때문이다. 엽록소는 햇빛을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초록색 색소다. 이 시기에는 엽록소의 초록빛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잎 속에 다른 색소가 함께 있어도 우리 눈에는 대부분 초록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많은 엽록소가 필요하지 않게 되고, 잎 속의 엽록소도 점차 분해된다. 그러자 그동안 짙은 초록색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노란빛과 주황빛을 띠는 카로티노이드로, 가을이 되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봄이나 여름에도 엽록소와 함께 잎 속에 존재한다. 광합성을 돕고 과도한 빛으로부터 잎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평소에는 엽록소에 가려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 초록색 커튼이 걷히면 숨어 있던 노랑, 주황빛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은행나무나 자작나무 등이 가을에 선명한 노란색으로 물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뭇잎이 새롭게 노란색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색을 보여준 것이다.
단풍의 빨간색은 ‘새로 만든 것’
그렇다면 단풍나무처럼 붉게 물드는 잎은 어떨까. 여기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색 계열 색소가 관여한다. 카로티노이드와 다른 점은 많은 낙엽수에서 안토시아닌이 가을철 잎이 늙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잎에 남은 당과 햇빛 등의 영향을 받아 안토시아닌이 생성되면 잎은 붉거나 자주색을 띠게 된다. 특히 맑고 햇볕이 좋은 낮이나, 춥지만 얼지 않는 밤이 이어질 때 선명한 붉은색이 나타나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잎이 엽록소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회수하는 동안 강한 햇빛으로부터 잎의 세포를 보호하는 일종의 선크림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단풍의 색은 나무의 종류뿐 아니라 잎 속 색소의 조합과 햇빛, 기온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빨강과 노랑이 섞이면 주황빛이 되고, 엽록소가 조금 남아 있으면 초록빛과 다른 색이 섞이기도 한다. 같은 나무에서도 햇빛을 많이 받는 잎과 그늘진 잎의 색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우리가 매년 기다리는 가을철 화려한 풍경은 나무가 한 해를 정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과학이다.
가을철 화려한 풍경은 나무가 한 해를 정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과학이다.